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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대구지하철 참사 5년, 추모는 언제쯤…

등록 2008-10-23 20:47

시민안전테마파크 지난 1일 완공하고도 개관 지연
‘조형물에 희생자명 새기기’ 놓고 유가족-시 갈등
“유가족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도 대구시는 방관자의 태도를 보입니다.” 2003년 2월 대구지하철참사 때 대학원에 다니던 25살 난 딸을 잃은 윤근(61)씨는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말로 대구시를 원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철참사가 터진 지 5년8개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유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사고 수습과 보상 등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엄청난 대형참사를 잊지 말고 국민에게 안전 의식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시작된 추모사업이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시는 동구 용수동 팔공산 자락에 1만4천㎡ 규모의 시민안전테마파크를 건설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완공된 이 건물은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지하철참사 때 모금된 국민성금 50억원을 보태 사업비 250억원을 들여 지은 이 건물의 개괸 시점을 12월 말로 잡아놨지만 그때 문을 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테마파크 안에 세우는 안전조형물에 지하철참사 희생자 192명의 명단을 새겨 넣는 문제로 시와 희생자대책위원회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 황명애(52)씨는 “추모사업을 놓고 그만큼 양보했으면 되지 않았느냐”며 “희생자 명단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요구 조건”이라고 못박았다. 황씨는 사고 당시 대학 입학 합격증을 받아 놓은 20살 난 딸이 숨졌다.

추모공원 건립 예정지로 애초 대구 도심지인 수창공원과 수성구 천주교 묘역, 달성군 화원동산 등이 차례로 정해졌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무산됐다. 시와 대책위는 2년 전 동구 용수동 팔공산 자락에 ‘추모’라는 단어를 빼고 안전테마파크를 짓기로 합의를 했다.

대책위는 또 “안전테마파크에 녹지공간이 부족해 조형물이 들어설 자리에 자투리땅 2300여㎡를 사들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황순오(41) 사무국장은 “시민들이나 유가족들이 테마파크를 찾아와도 쉴 공간이 모자라 추가 매입 제안을 해놨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기 대책위원장은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김해 민항기 추락,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참사들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빨리 사라지고 또 다시 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추모재단은 지하철참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지하철 안전 지킴이 구실을 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참사 6주기인 내년 2월18일 전에 추모재단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워 놨다.

한편, 시는 테마파크 조형물에 희생자 명단을 새기거나 터를 더 사들이자는 요청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인근 상가의 반대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권영세 행정부시장은 “희생자 가족들과 상인들이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추모재단 설립은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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