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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구청 “기업형 철거” …상인 “우린 생계형”

등록 2008-10-24 19:32수정 2008-10-25 02:14

서울 영등포구청의 노점상 단속반원들이 기업형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서 영업중이던 포장마차를 철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영등포구청의 노점상 단속반원들이 기업형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서 영업중이던 포장마차를 철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도 일부 차지한 노점 15곳 철거에 겨우 10분
집기 손상 우려해 구청직원 돕는 상인들도
[현장] 서울시 노점상 단속

23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교보증권 앞에서 벌어진 영등포구청의 노점 철거 작업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6시50분부터 교보증권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구청 직원들은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노점 앞으로 정확히 모여들었다. 이날 단속 대상은 ‘기업형’ 노점. 주로 트럭을 보도 위에 대고 트럭 옆으로 천막을 친 뒤 6~8개의 테이블을 들여놓고 장사를 하는 이들이었다.

영등포구청 김형진 가로경관 팀장의 지시에 단속을 나온 56명의 구청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직원이 노점 천막을 걷어내면 다른 직원들은 천막을 지탱하는 알루미늄 구조물을 철거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을 차에 옮겨 실었다. 15곳의 기업형 노점을 모두 철거하는 데 10분이 채 안 걸렸다.

이날 철거된 노점들은 보통 18㎡에서 24㎡의 인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런 기업형 노점이 시 전역에 350여곳 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 김병환 가로환경개선 담당관은 “시가 제안한 대로 디자인한 노점상은 양성화하겠지만, 도로를 점령하고 ‘생계형’ 노점상을 위협하는 ‘기업형’ 노점상들은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점상들은 구청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크게 저항하지 않고 자신들의 물건을 내줬다. 노점상 정아무개(49)씨는 오히려 철거를 도왔다. 정씨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철거당하는 일은 흔하다”며 “구청 사람들이 함부로 물건을 다루면 부서질 수 있어 내가 직접 한다”고 말했다. 구청은 노점 상인들이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인도에 주차한 트럭에 불법주차 명목으로 4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법 노점상 행위에 대해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형진 팀장은 “과태료 20만원을 납부하면 물건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밤 9시엔 강남구 수서역 주변에서도 기업형 노점 철거 작업이 벌어졌다. 강남구청은 강남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전경 50여명을 노점 주변에 배치했다. 노점상들의 저항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 곳 노점은 여의도의 노점상보다 규모가 컸으며, 심지어 노점 안에 수족관을 놓은 곳도 있었고, 열고 닫는 출입문을 단 곳도 있었다.


이 곳에서 13년째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훈(49)씨는 “우리는 ‘기업형’ 노점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씨는 원래 이 곳에서 리어카에서 떡볶이를 팔다가 2000년 아셈정상회의 때 구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낮에 장사를 할 수 없어 밤에 차를 대고 술과 안주를 파는 포장마차를 차렸다고 했다. 그는 부인과 저녁 6시에 나와 새벽 4시까지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과 4명이 아이들 등 8식구가 먹고 산다고 했다. “나는 분명히 생계형인데, ‘기업형’이라니 기가 막히네요.”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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