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먹고살기 바빠 애 낳기 힘든 서울시민들

등록 2008-10-27 22:24

여성가족재단 조사…70%가 경제적 이유 출산부담
#1. 정민석(29·가명)씨는 “결혼한 지 2년이 됐지만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들 돈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정씨는 2005년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 대신 친척 소유의 건물에서 식당을 열어 한달에 350~400여만원을 벌 수 있었다.

그는 2006년 11월 동갑내기 장혜란(가명)씨와 결혼을 했다. 당시만 해도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아기 갖기를 포기했다. 하루가 다르게 식당 손님이 준 데다, 수입이 1년 전의 반도 안 되는 날이 많았다. 결국 지난 3월 식당 문을 닫았고, 현재 정씨는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둘이 먹고 살기도 깜깜한데 어떻게 아이를 갖겠냐”고 말했다.

#2. 결혼 5년차 직장인 이아무개(33·서울 구로동)씨는 올해 초 ‘실수’로 둘째를 가진 뒤 고민 중이다. 애초 결혼할 때는 아들 둘, 딸 둘 해서 4명은 갖고 싶었지만 2005년 첫 아이를 낳아보니 그런 생각이 싹 가셨다. 맞벌이인 이씨와 남편의 수입을 합하면 월 400여만원이지만, 생활비와 양육비, 대출금을 내고 나면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게다가 다음달에 둘째를 낳으면 출산비를 빼고도 1달에 30만원 추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첫째가 내년에 유치원에 가면 또 10만원이 추가된다. 이씨는 “두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 7~8월 25~44세 서울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가족·자녀에 대한 인식 및 정책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8.8%가 경제적 이유로 출산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교육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28.1%로 가장 많았고, ‘경제불황으로 취업이 어렵고 직장이 불안정해서’가 23.5%, ‘양육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 17.2%로 뒤를 이었다. 자녀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가 자녀출산 계획을 묻자 77.8%가 ‘계획없다’고 답했다. 미혼자들은 55.7%가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 될 때’ 아이를 갖겠다고 답했다.

여성가족재단의 공선희 연구원은 “경제적 이유로 인한 출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체 보육시설의 10% 밖에 되지 않는 공공보육 시설을 하루빨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김소민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