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희망제작소에서 주최한 ‘불만합창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직전, 북아현동불평합창단이 연습을 하고 있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전국 불평합창단 8개팀이 참여했다. 추계예대 판화과 프로젝트팀 제공
추계예술대 학생들 주민들과 합창단 꾸려
뉴타운 개발애환 영상에 담고 거리공연도
뉴타운 개발애환 영상에 담고 거리공연도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중인 북아현동은 서울에서 골목길이 살아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그 길에서 어떤 아이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 헤매다 울었고, 어떤 아주머니는 난데 없는 비 탓에 들고 가던 연탄이 젖어 마음이 아팠다. 추계예술대 판화과 4학년 안민욱씨는 이런 주민들의 사연을 재현해 영상에 담고 있다. 북아현동의 추억, 불평 사항을 추계예대 학생과 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8월말 판화과 학생들은 주민의 ‘불평’을 모아 노래를 만들고 합창단을 꾸리기로 했다. 왜 하필 불평? 기획자 윤현옥씨는 “불평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고, 불평을 끄집어내면 사회가 보인다”고 말했다. ‘분식집 오징어볶음과 제육볶음 맛은 왜 똑같아’ ‘왜 5번 버스는 굴레방 다리를 뱅글뱅글 돌아’ 등 550여개가 순식간에 쌓였다. 그 가운데서 주민과 학생이 함께 노랫말을 고르고 실용음악과 학생이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북아현동 불평가’의 탄생이다. “여긴 북아현동, 나무 없는 산이지, 집세는 오르고 월급은 오르지 않아~”
합창단원은 학생과 주민을 합해 얼추 15명, 들고 나는 게 마음대로이니 단원수도 들쭉날쭉하다. 연습은 한 번에 2시간씩 5차례 했는데 대부분 ‘수다’로 보냈다. 양소영(판화과 4학년)씨는 주민 오형신(80) 할머니에게 옛 북아현동 이야기를 들었다. “수도가 공용으로 하나밖에 없어 물지게로 나르셨데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듣지 못할 소중한 사연을 많이 알게 됐어요.” 33년째 북아현동에 사는 백정필(36)씨는 “뉴타운 탓에 이사 가야 하는데 서울 전체가 뉴타운이라 갈 곳이 없어 이것을 노래로 불평하려 했다”며 “자취하며 혼자 밥 먹기 싫었는데 주민들과 어울려 간식도 먹으니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4일부터 매주 금요일 북아현동에서 거리공연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사라질 북아현동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작업도 벌이고 있다. 주민의 기억을 모아 영상이나 사진으로 만드는 안민욱씨의 작업이 그 가운데 하나다. 동네 중국집 ‘행운각’ 종업원은 실연한 뒤 중국집에서 몇 시간씩 울던 여학생을 떠올렸다. 한 학생은 보신탕이 돼 버린 자신의 애완견을 추억했다. 안씨는 “감성을 담은 기록을 남기려 한다”고 말했다. 코디네이터 강민채씨는 “학생들에겐 삶에서 예술을 찾는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불평합창단’ 등 5개 섹션으로 이뤄진 이 작업 전체의 이름은 ‘북아현동에서 잃어버린 마르티스 여아를 찾습니다’이다. 기획자 윤씨는 “마르티스는 외래종 강아지인데, 우리에게 예술은 늘 외국에서 수입된 낯선 무엇으로 느껴졌다”며 “예술은 생활 속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달 15일 골목길 구석구석, 예술가와 주민이 섞이는 거리행진으로 막을 내린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추계예대 판화과 프로젝트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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