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 냉천·새마을지구 주거개선사업 위법 판결
도시 저소득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경기 안양시 냉천지구와 새마을지구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3년여만에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서 지방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돼온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은 경기도 안양시 안양5동과 9동 주민 88명이 경기도 지사와 안양시장,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상대로 낸 ‘안양 냉천지구와 새마을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상) 정비계획 수립 대상구역으로 지정되려면 △노후화 등으로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 준공 후 20년이 지났거나 △수선만으로는 그 기능을 회복할 수 없게 된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돼 있는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경기도가 1985년 6월30일 이전에 건축된 건축물을 모두 노후·불량 건축물로 분류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여러가지 정비구역 지정요건 가운데 한 가지 요건만 갖추면 주거환경 개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규정한 ‘경기도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 조례’는 모법의 시행령 규정보다 완화된 것으로 위임 범위에서 벗어나므로 무효”라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지난해 3월 안양시 안양 5동 냉천지구와 안양9동 새마을지구에 대해 주거환경 개선사업 지구로 고시했으며, 안양시는 지난해 8월 각각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승인했다. 이 사업은 오는 2010년까지 낡고 불량한 건축물을 헐고 냉천지구 12만여㎡에 2118가구의 아파트를, 새마을지구 19만여㎡에 3100가구의 아파트를 각각 짓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경기도와 안양시의 이런 결정은 멀쩡한 집을 부수고, 보상을 받아도 아파트에 입주할 능력이 없는 60~70대 원주민들을 내쫓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한겨레> 2005년 6월25일 13면)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도시연구소 서종균 박사는 “최근 지방정부들이 저소득 주민들의 집단거주 지역에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역지정 요건을 완화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 재개발 사업 등으로 갈 곳 없는 저소득 주민들의 주거를 보호할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국토해양부가 오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430개 지구를 대상으로 1조원의 예산을 지원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