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수성동 대구시교육청∼대봉교 인도 겸용 자전거도로에 승용차들이 꽉 들어차 통행을 할 수가 없다. 대구시가 10 여년동안 100억원을 들여 자전거 도로를 닦았지만 대구시내 자전거 도로가 대부분 사정이 비슷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제공
녹소연 조사결과…곳곳에 쓰레기·맨홀 등 장애물
도로 99%는 인도겸용…도난·사고 우려 이용거려
도로 99%는 인도겸용…도난·사고 우려 이용거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 간사 박세진(27)씨는 최근 자전거를 타고 대구 달서구 옛 달성군청 자리에서 1.8㎞ 떨어진 앞산순환도로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분통이 터졌다. 인도 겸용인 이 자전거도로 곳곳에 상자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불법주차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돌아오는 길에 관문시장 앞 길을 지나면서 노점상들 때문에 길이 막히는 바람에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어 결국은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30일 대구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6월부터 대구시내에 난 자전거도로 523.94㎞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로수처럼 빽빽하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판 벌리듯 펼쳐 놓은 노점, 도로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와 상자 더미 등 자전거가 도저히 다닐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로 곳곳에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는 지하철 환풍기와 맨홀도 자전거 통행에 적지 않은 장애물이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대구시가 1995년 이후 13년 동안 100억 원을 들여 닦아 놓은 자전거 도로가 무용지물이 될 형편에 놓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구의 자전거도로 가운데 99%는 인도 겸용이며, 금호강변 4.72㎞와 신청둔치 2,20㎞ 등 두 곳만 자전거 전용도로다. 이 가운데 신청둔치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예 안내 표지판이 없고 보행자들도 너무 많아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시는 “내년에 신천 정비사업을 할 때 안내 표지판을 달겠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에도 15억원을 들여 성서공단 안 계대역∼대천교 구간 2㎞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 자전거 관련 전문가 10여명이 모여 토론회를 열면서 ‘대구에서 자전거 타기 힘든 열 가지 이유’를 발표했다. 이들은 불법 주정차, 인도 겸용 자전거 도로의 문제, 도난 우려, 인도에서의 사고 등 위험성, 자전거 주차장의 문제, 대중교통과 연계 미비, 대기 오염과 매연, 시민 의식과 문화 부족, 직장 안 편의시설 부족, 육교와 지하도 통행 때 이동의 불편함 등을 꼽았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는 “시민들이 시내에서 안심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려면 자전거 지원 조례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자전거도로에서 노상 적치물과 불법 주정차 등을 구청에 단속하도록 지시해도 제대로 실천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