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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 풍경] 내장산에 빨간 우산꽃이 ‘활짝’

등록 2008-10-30 21:44

‘대지미술’ 선부인 강정숙 교사
가을하늘 배경삼아 ‘만져지는’ 풍경화 한폭
하나둘 없어져도 “흩어지는 게 더 아름다워”

31일~11월2일 내장산 단풍 부부사랑 축제가 열리는 전북 정읍시 내장산국립공원 제4주차장 들머리. 빨간색 우산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이색 작품이 행인들의 시선을 잡는다. 빨간색 우산 250개가 높이 5m가 넘는 오래된 감나무에 열매처럼 달리고, 일부는 바닥에 낙엽처럼 널린 정경이 이채롭다. 가을 하늘을 배경삼아 한 편의 풍경화를 그린 것처럼 보이는 대지미술(Land art)이다.

이 작품을 만든 정읍여고 미술과목 강정숙(44) 교사는 “우산과 나무처럼 일상에서 흔한 물체를 이용해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작품을 만들려고 1개에 8천원 하는 우산 250개를 중국에다 주문했다. 국내에서는 생산단가가 맞지 않아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우산을 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을 하려면 수천개씩 대량주문을 해야 하는데, 작품에 필요한 250개만 주문하려다 보니 공급자를 찾지 못해 인터넷으로 겨우 성사시키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작품에 따뜻하고 고귀하며 적극성을 띠는 빨간색의 분위기를 들여왔다. 우산은 주변에서 흔하지만 비가 올 때는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속성을 고려해 친구·사랑· 희망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런 구상을 올 봄 정읍시에 제안해 채택되자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설치미술 자체가 여성 혼자서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인부와 자원봉사자 등 7명을 동원해 감나무에 우산을 천으로 묶었다. 길이 5m 이상 대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단단하게 묶는 법을 배우려고 서울까지 전문가를 두차례 찾아가 조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씩 우산을 들고가는 행인들 때문에 행사 동안 작품을 유지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대못을 박아 고정시켜도 아랑곳 없이 작품을 변형시키는 손길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설치미술은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뒤집어지고 흩어지는 게 오히려 더 아름답다”며 “행사 동안 여럿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안의 미술을 외부로 끌어내는 현장 전시를 여러차례 시도해왔다. 군산동고에 재직하던 지난해 10월 전교생 700여명이 7개월 동안 미술시간에 제작한 우산, 한지 물고기, 노란색 리본 등 작품들을 학교 건물 사이의 철사줄에 내걸었던 전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교사는 “내장산 들머리를 장식한 설치작품이 단풍을 보러온 탐방객들한테 행복감을 심어주고 상상력을 자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강정숙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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