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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40년 ‘간첩 악령’ 떼냈지만…

등록 2008-10-31 19:39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40년 동안 ‘간첩’ 누명을 썼던 납북어부 서창덕씨가 31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축하 전화를 받으며 울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40년 동안 ‘간첩’ 누명을 썼던 납북어부 서창덕씨가 31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축하 전화를 받으며 울고 있다.
‘납북어부’ 서창덕씨 재심서 무죄
병든몸 “아버지 소리 들어봤으면”
정재규 재판장은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이 장기간 수형생활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는데, 조금이나마 그 고통을 덜어드렸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31일 오후 4시 전주지법 군산지원 201호 형사법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젊은 시절 7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서창덕(61)씨는 이날 재심 선고 공판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납북’이라는 천형에서 벗어났다. 약관의 나이에서 환갑을 갓 넘긴 지난해까지 40년 동안 그를 따라다닌 ‘간첩’이라는 유령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고문 후유증으로 막일도 못 나가는 서씨는 이날 무죄가 선고된 뒤 “아들에게 ‘아버지’라는 소리 한 번 들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울었다.

1947년 서해에 위치한 전북 군산시 개야도에서 태어난 서씨는 스무살 때인 1967년 5월 목선인 승룡호를 타고 다른 어부 6명과 함께 조기를 잡으려고 연평도로 갔다가 북쪽 경비정에 납치됐다. 124일만에 풀려나 남쪽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불행한 나날이었다.

68년 9월 군산경찰서에서의 첫 조사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한 해만인 69년에는 구속돼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으로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때 풀려난 뒤에는 매사에 조심하며 살았고, 1970년대 후반에는 결혼해 아들도 낳았다.

그러나 진짜 불행은 납북된 지 17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1984년 5월, 전주보안대 소속 수사관들이 서씨를 연행했다. 수사관들은 이름 석자를 겨우 그릴 정도인 그에게 “간첩질을 했으니 인정하라”고 닦달했고, 몽둥이 찜질은 물론 옷 벗기기, 잠 안 재우기, 기둥에 매달기 등 온갖 고문을 가했다. 서씨를 검찰에 넘기면서 수사관들은 “허위 자백했다고 말하면 이 곳에 또 오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구속영장도 없이 33일 동안 감금돼 가혹행위를 당한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84년 11월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고 7년이 넘게 감옥에 갇혔다가 91년 5월 석방됐다. 그러나 이미 옥중에서 이혼을 당했고, 보안관찰법의 굴레는 지난해까지 그를 쫓아다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1월27일, “국가권력이 서씨를 불법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가해 중형을 받도록 했으므로, 국가는 서씨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재심 조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이제 무죄를 받기는 했으나, 서씨에게 남은 것은 늙고 병든 몸 뿐이다.


군산/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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