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부엉산 바위틈 둥지에서 살고 있던 새끼 수리부엉이 3마리의 모습. 그러나 7개월이 지난 12일 둥지는 부엉이 가족이 모두 떠나 텅 비어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홍용덕 기자
지난 4월 어미 독극물에 죽고 아빠는 홀연 모습감춰
새끼들도 죽거나 흩어져…주변 막개발 둥지만 남아
새끼들도 죽거나 흩어져…주변 막개발 둥지만 남아
12일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오두산전망대 바로 옆 ‘부엉산’ 절벽. 높이 10여m 가량의 바위 절개지 한 가운데 있던 ‘수리부엉이’ 가족의 집이 몇달째 텅 비어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곳은 아빠 수리부엉이와 엄마 수리부엉이, 갓 태어난 3마리의 새끼 수리부엉이 등 다섯 식구의 보금자리였다. 천연기념물 324호인 수리부엉이는 한반도를 대표하는 맹금류이지만 부부간, 가족간의 사랑이 애틋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한번 짝을 맺으면 헤어질 확률이 1%도 되지 않으며, 새끼들에 대한 사랑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강과 한강 하구의 철책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아온 부엉산 수리부엉이 가족에게 비극이 찾아든 것은 지난 4월5일께. 어미 수리부엉이가 둥지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당시 수리부엉이의 죽음을 조사한 서울대팀은 “어미가 알 수 없는 독극물에 중독된 먹이를 먹은 것 같다”고 밝혔다. 위에 출혈이 있었고, 깃털 속에 많은 흙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을 것이란 추정이 나왔으나, 어떻게 어떤 독극물을 먹은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비극은 비극을 낳았다. 엄마 수리부엉이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뒤 아빠 수리부엉이는 둥지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 3마리의 새끼 가운데 1마리는 굶어 죽었다. 나머지 2마리 새끼들은 도연 스님과 마을 주민들이 건네준 먹이로 버티다 굶어죽기 직전에 구조돼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 지회로 옮겨졌다.
이들 두 마리 새끼는 자신들의 고향 옛 둥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지난 8월 1마리는 연천군에, 다른 1마리는 부근 통일동산에 놓여졌다. 단란하던 5마리의 수리부엉이 가족이 넉달만에 모두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문화재청 노영대 문화재전문위원은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수리부엉이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섰을 때까지도 잘 버텼는데 끝내 보금자리를 잃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 수리부엉이 가족이 비극을 겪고 떠난 부엉산 일대에서 다시 이들을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 수리부엉이가 부엉산에서 살기 위해서는 겨울에 교미하고, 초봄에 알을 낳아야 하지만, 부엉산 주변 반경 100m 안쪽에서는 여러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통일동산 주변은 이미 ‘모텔 동산’으로 바뀌었고, 대형 아파트 단지에 이어 31동의 콘도미니엄과 가족호텔 등 대규모 위락단지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이현숙 상임운영위원은 “통일동산을 조성하면서 12월부터 3월까지는 공사를 못하게 했는데도 버젓이 공사가 이뤄져 수리부엉이의 가족을 파괴했는데도 당국이 모르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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