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호 주변서 쇠기러기 등 안보여
“배수로 공사소음·사일리지 영향”
“배수로 공사소음·사일리지 영향”
전북 군산시가 세계철새축제(19∼23일)를 1주일 가량 앞두고 있으나, 철새가 모이는 군산시 나포면 십자들녘에서 낮에는 철새들이 나타나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금강호 주변 십자들녘에는 쇠기러기를 비롯한 철새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을 찾은 시민 오아무개(43)씨는 “10월 말까지만 해도 많은 쇠기러기들을 목격했으나, 이날은 오전 내내 지켜봤는데도 까치 1마리만 봤을 뿐”이라며 “주민들도 최근들어 철새가 사라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십자들녘은 430㏊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시는 2002년부터 이 곳의 절반 가량(234㏊)을 금강 생태보전을 위해 ‘생물다양성 관리계약사업’을 벌여왔다. 철새의 낙원을 만들도록 철새 먹이 및 쉼터 로 제공하려는 의도다. 올해 예산은 2억4천만원이다.
시는 농민의 신청을 받아 철새 먹이공급을 위해 보리를 재배한 뒤 베지 않고 들판에 방치한다. 또 철새의 쉴 쉬 있게 볏짚을 보존하고 있다. 319농가가 이 사업에 참여중이다. 시는 올해 보리경작(3960㎡당 69만원) 및 볏짚보존(3960㎡당 10만원) 농가에 일정 액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농민들의 논(196㏊)에 볏짚을 발효시키는 사일리지와 배수로 공사를 위한 농수로관 등이 널려 있는 탓에 경계심이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일리지는 추수한 뒤 젖은 볏짚을 비닐로 말아 밀봉한 채 발효시키는 것으로 소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농수로관은 농번기가 끝난 11월께부터 공사를 위해 들판에 놓여 있다.
한성우 학예연구사는 “배수로 공사 소음과 하얀색 사일리지가 낮에 활동하는 철새들에게 약간의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철새 무리(35만~40만마리)가 낮에는 들녘 주변 금강호에서 놀고, 해질녘과 아침 일찍 먹이를 찾아 십자들녘으로 날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군산시 금강철새조망대 쪽은 “농민들한테 협조를 구해 80% 가량을 치웠으나, 아직 일부가 남아있어 철거를 권장하는 중”이라며 “축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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