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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억 들인 ‘도로명 주소사업’ 엉터리 이름 고치는데만 984억

등록 2008-11-13 21:47수정 2008-11-13 22:11

황천길·할렘가·야동길·사정길…
김유정 의원 실태조사

황천길, 할렘가, 야동길, 부고길, 사정길…

97년부터 시작된 ‘새주소 시설사업’ 과정에서 붙여진 부적절한 도로 이름들 때문에 거의 1000억원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은 행안부의 도로명 실태조사를 공개하면서, 잘못된 도로명판이나 건물번호판 재정비에 984억원의 예산이 들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들 지역에서 명판 등을 다시 설치해야 할 대상은 ‘1번국도길’이나 ‘시청길’처럼 해당 시설 등이 옮겨지는 경우에 바꿔야 하는 도로이름이나 ‘힘찬길’ ‘소망길’ 등 추상명사를 사용한 이름, ‘00아파트길’, 미장원길 등 사유시설물 이름이 들어간 도로명 등이다. 또 ‘00교회길’ ‘00절길’ 등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특정 종교시설 이름이 포함된 도로명과 황천길, 야동길, 부고길 등 지역 주민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이름도 재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까지 도로명 주소사업이 완료된 164개 시·군·구에서 재정비해야 할 도로명판은 14만2382개, 건물번호판은 268만6697개이다. 지역별 재정비 소요예산은 서울 230억1천만원, 경기 196억5천만원, 부산 69억9천만원, 인천 60억3천만원, 충남 54억1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는 도로명판 3만4984개, 건물번호판 59만2420개를 갈아야 하고, 경기도에서는 도로명판 3만1517개와 건물번호판 47만188개를, 인천에서는 도로명판 9888개를, 건물번호판 13만9478개를 바꿔야 한다.

김 의원은 “1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책임의 소재를 밝히고, 앞으로 도로명 주소사업에 이런 예산 낭비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지역주민이나 전문가로 구성된 새주소위원회를 거쳐 도로 이름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지난 97년부터 2009년까지 13년 동안 모두 3600억원을 들여 지역에 새주소를 부여하고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을 새로 설치하고 있다.


이용철 행정안전부 지방세분석과장은 “새주소 시설사업을 하면서 새주소위원회에 참가한 일부 주민이나 전문가들이 새주소 이름의 법적 주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 일부 부적절한 명칭들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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