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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입은 도심 산책길 ‘유쾌한 변신’

등록 2008-11-21 18:30수정 2008-11-21 18:41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길인 정동길의 이화여고 담장에는 김대성 계원조형대 교수팀과 시민이 함께 분필로 그린 시한부 벽화 ‘담꽃’ 작품이 그려져 있다. 21일 오전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길인 정동길의 이화여고 담장에는 김대성 계원조형대 교수팀과 시민이 함께 분필로 그린 시한부 벽화 ‘담꽃’ 작품이 그려져 있다. 21일 오전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동길·덕수궁 돌담길 일대
벤치·담 등에 공공미술 연결
“시민참여 유도 변화 모색”
대표적인 서울 산책길인 정동길·덕수궁 돌담길에는 벤치·담·표지판 등 도시를 채우는 가구에 예술을 입힌 실험이 곳곳에 숨어 있다. 작가들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예술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 생활의 즐거운 변화를 꾀했다”고 말한다. 진짜로? 30분짜리 산책으로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주요 결과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표지석의 변신 정동 경향신문 건너편 언덕, 회색 빌딩이 얽힌 길가에 나무판을 짜맞춰 올린 벽이 있다. 옛 돈의문(새문·서대문) 터를 표시한 공공미술 작품 ‘보이지 않는 문’이다. 상자모양의 기존 표지석과는 다른데, 왜 이런 모양일까? 원래는 콘크리트 축대 옆에 표지석이 있었다. 축대 뒤로 가파른 경사길이 이어져 사람들이 머무르기 어려웠다.

‘보이지 않는 문’을 만든 안규철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는 “자체로 조각품이 되기보다 잠깐이라도 돈의문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경사길을 지나는 속도를 줄여 사람들이 조금 더 머무르게 하려고 나무벽 뒤로 계단을 놓았다. 나무판을 쌓아 일제가 팔아버린 돈의문의 파편을 상징했다. 김서령(23)씨는 “주변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디자인에 의미도 있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의 변신 정동길 이화여고 담에는 분필로 그려져 세월 따라 흐려지는 꽃이 있다. 시한부 벽화 ‘담꽃’은 김대성 계원조형대 교수팀과 시민이 함께 그렸다. 맞은 편 예원학교 담에 놓인 띠 모양 전광판에는 정동길의 역사를 알려주는 글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지나간다. ‘신세계언어’라 작품이다.

이 길의 전체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상규씨는 “정동길은 개화기 외국 공관들이 모여 있던 곳인데 우리 시선으로 근대를 음미해 보자는 뜻으로 ‘개화’를 동음이의어 ‘꽃이 피다’로 해석했다”며 “세계 여러 나라 말은 옛 정동길의 국제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동의 의미를 탐방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정보를 주되, 보통 보행자는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칠 만큼만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류원희(25)씨는 “시립 미술관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이런 길이 이어지니 계속 미술관에 있는 것 같고 정보도 얻어서 좋다”고 했지만, 김경은(17)씨는 “아무것도 없던 원래 담이 더 깔끔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치의 변신 정동길과 이어진 덕수궁 돌담길에는 고인돌, 바둑알 모양의 벤치 19개가 있다. 최병훈 교수(홍익대 목조형가구학)가 디자인한 ‘자리’라는 작품이다. 그는 “사람이 앉지 않을 때도 조형물로서 재미를 주길 바랐다”며 “원시적인 조형인 고인돌에서 부드럽고 조용한 정서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진영(22)씨는 “모양은 특이한데 돌로 만들어서 앉으면 엉덩이가 추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동길과 덕수궁 돌담길 작업 등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전용석 공공미술 작가는 “장소의 역사성을 살리고 주민 참여도 끌어들인 점에서 큰 건물 앞에 조각가의 개성만 드러내는 작품을 놓는 기존 방식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이영범 경기대 교수(건축학과)는 “공공미술은 바라보는 대상이어서는 안 되고 생활과 연결돼야 하는데 프로젝트 전체적으로 그런 점은 부족한 듯하다”며 “설치하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억제하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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