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마지막 광업소인 보은 마로 성하광업소가 채탄량 부족 등으로 폐광 위기를 맞고 있다. 밤낮없이 갱도를 드나들며 탄을 날랐던 궤도열차들이 22일 오후 할 일을 잃고 멈춰 서 있다.
마로광업소 채산성 악화 폐광위기
노동자 대량실직땐 지역경제 흔들
노동자 대량실직땐 지역경제 흔들
충북지역 마지막 탄광인 보은군 마로면 원정리 ㈜성하 마로광업소가 폐광 위기를 맞고 있다. 1900년대 초 일제가 개발한 마로광업소는 강원 태백 경동탄광, 태백탄광과 함께 국내에 남은 3대 민영 광업소 가운데 하나다. 흑연·무연탄의 탄소 함유량이 80%가 넘는 등 빼어난 품질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 흑연 수출 전진기지 구실을 했다. 그러나 최근 채탄량 감소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폐광 위기를 맞고 있다.
홍승희(50) 광업소장은 “하루 300t 정도씩 한해 7만5천~8만t 정도를 생산했지만 최근 하루 채탄량이 200~250t 정도로 줄어 다달이 1억6천여만원 가량 적자가 나고 있다”며 “새로운 탄맥을 찾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광이 문 닫을 위기를 맞으면서 광부 등 노동자 163명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 말 회사에서 폐광 위기 통보를 받은 노동조합은 이달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남열(47) 노조위원장은 “노동자와 그에 딸린 600여명의 가족들은 느닷없는 통보에 당황스럽고 걱정된다”며 “새 탄맥을 찾는 등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탄광이 문을 닫으면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으면서 가뜩이나 얼어붙고 있는 지역 경제가 크게 침체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보은군 경제사업과 배정호씨는 “광업소에서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마련한다면 새 광맥을 찾는 데 쓸 사업비 3억원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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