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운송 사업조합 소속 시내버스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하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펼침막을 내건 채 운행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안 발의뒤 업계간 공방…시 “효과 없다” 부정적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 허용 결사 반대’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 입법안 즉각 철회하라’
지난 27일부터 서울지역 일부 버스에는 이같은 펼침막이 내걸렸다. 최근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통행을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이에 반대해 내건 것이다.
지난 7월9일 한나라당의 허태열 의원이 택시산업 발전을 위해 택시를 고급 교통수단이 아닌 버스와 같은 대중 교통수단으로 위상을 정립한다는 내용의 ‘택시운송사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출·퇴근 시간(오전 7~10시, 오후 5~9시)을 제외한 시간대나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버스전용차로에 택시도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오랜 숙원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 택시운송 사업조합 연합회의 이양덕 차장은 “2006년 기준으로 철도와 지하철을 제외하고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을 보면 버스가 55.6%고 택시가 44.4%”라며 “택시도 버스에 버금가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므로 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해 택시의 신속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버스업계는 버스전용차로의 효율과 안전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버스운송 사업조합의 정동률 운영팀장은 “버스의 수송 효율이 택시보다 17배나 높은 점 2004년 버스 전용차로제 시행 뒤 버스 사고가 35%나 감소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통행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중앙버스차로를 시행하기 전 갓길버스차로를 운행하면서 버스와 택시가 함께 이용하는 방안을 실험해봤기 때문이다. 서울시 이덕기 중앙차로 팀장은 “1999년 8월 시범 운행에서 시속 22km에 달하던 버스의 평균 시속이 15.1km로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버스뿐 아니라 택시 속도까지 함께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만기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현재 택시의 위기는 공급 과잉에서 온 것으로 버스전용차로 진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먼저 택시 대수를 줄인 뒤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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