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래패 ‘울림’의 보컬 겸 감독 박제광씨와 여성보컬 박경하씨, 스텝 오종원씨가 29~30일 정기공연을 앞두고 울산 남구 신정동의 녹음실에서 연습을 하던 중 자리를 함께했다.
울산 시노래패 ‘울림’
화재로 앨범 무산 위기…팬들 도움으로 ‘1.5집’ 발간
울산 배경 시 노래에 담아…“영원한 언더도 좋다” ‘새벽 3시40분 어스름한 달빛이 채 지기도 전에 학성동 번개시장 벌써 깨어 나고…’ 울산 출신 김정화 시인의 <학성동 번개시장>이 경쾌한 반주와 함께 노랫말로 흘러 나왔다. 노래가 후반부로 넘어가면 좋은 자리를 서로 잡으려는 할머니들과 노점을 단속하는 호루라기 소리로 뒤엉키는 울산 중구 학성동 번개시장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울산의 포크그룹 시노래패 ‘울림’이 최근 출시한 1.5집 앨범에 수록된 12곡 가운데 하나다. 울림의 1.5집 앨범에는 이 노래를 포함해 <호계역>(북구), <소호리 느티나무>(울주군), <장생포의 봄>(남구), <주전 바닷가에서>(동구) 등 울산의 5개 구·군을 배경으로 하는 시 5편에 곡을 붙인 노래가 함께 실렸다. 울림의 이 앨범은 하마터면 해를 넘길 뻔했다. 지난달 25일 녹음실에 불이 났기 때문이다. 작업을 하다가 버렸던 담뱃불이 순식간에 33㎡ 남짓한 녹음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006년 첫 앨범을 낸 뒤 2년 만에 만드는 앨범이어서 밤낮으로 연습하며 만들었던 곡들을 담은 하드디스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달 29일 저녁 7시30분과 30일 오후 2, 4시 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인 다섯 번째 정기공연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멍하니 넋을 놓고 있던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이들의 음악을 사랑하던 팬들이었다. 울림 홈페이지를 통해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이들이 아직 나오지 않은 앨범을 미리 구입했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새로운 장비 구입과 리모델링에 힘을 보탰다. 멤버들은 다시 일어섰다. 시간이 촉박해서 다시 녹음하기 어려운 곡들은 1집 앨범과 방송출연 기록물에서 가져와 채웠다. 그래서 멤버들은 두 번째 앨범이지만 1.5집으로 이름을 붙였다. 울림은 2002년 10월 시와 노래가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 다섯 명이 만들었다. 시에 곡을 붙여 만든다는 의미에서 시노래패 ‘울림’으로 이름을 지었다. 울산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삶과 생활을 그려내는 노래를 추구하다 보니 지금까지 발표한 70~80여 곡 가운데 대부분이 울산을 표현한 시들에 곡을 붙였다.
울림은 지난 6년 동안 상업주의와 거리가 먼길을 걸었다. 시민에게 음악을 돌려주자며 2003년부터 악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어린이 합창단 ‘뚜버기’(2003년 설립)와 함께 해마다 초등학교를 찾아서 동요교실을 열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침을 겪었다. 다섯 명의 멤버 가운데 두 명이 생계를 위해 떠났다. 지난해는 밴드를 영입해 12차례나 공연을 했지만 재정난으로 밴드가 해체되는 아픔도 겪었다. “상업주의보다는 삶의 노래를 부르는 언더음악이 제대로 대접 받는 날이면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겠어요?” 감독 박제광(44)씨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는다면 영원한 언더이고 싶다”고 말했다. (052)903-3074. 글·사진/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울산 배경 시 노래에 담아…“영원한 언더도 좋다” ‘새벽 3시40분 어스름한 달빛이 채 지기도 전에 학성동 번개시장 벌써 깨어 나고…’ 울산 출신 김정화 시인의 <학성동 번개시장>이 경쾌한 반주와 함께 노랫말로 흘러 나왔다. 노래가 후반부로 넘어가면 좋은 자리를 서로 잡으려는 할머니들과 노점을 단속하는 호루라기 소리로 뒤엉키는 울산 중구 학성동 번개시장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울산의 포크그룹 시노래패 ‘울림’이 최근 출시한 1.5집 앨범에 수록된 12곡 가운데 하나다. 울림의 1.5집 앨범에는 이 노래를 포함해 <호계역>(북구), <소호리 느티나무>(울주군), <장생포의 봄>(남구), <주전 바닷가에서>(동구) 등 울산의 5개 구·군을 배경으로 하는 시 5편에 곡을 붙인 노래가 함께 실렸다. 울림의 이 앨범은 하마터면 해를 넘길 뻔했다. 지난달 25일 녹음실에 불이 났기 때문이다. 작업을 하다가 버렸던 담뱃불이 순식간에 33㎡ 남짓한 녹음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006년 첫 앨범을 낸 뒤 2년 만에 만드는 앨범이어서 밤낮으로 연습하며 만들었던 곡들을 담은 하드디스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달 29일 저녁 7시30분과 30일 오후 2, 4시 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인 다섯 번째 정기공연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멍하니 넋을 놓고 있던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이들의 음악을 사랑하던 팬들이었다. 울림 홈페이지를 통해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이들이 아직 나오지 않은 앨범을 미리 구입했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새로운 장비 구입과 리모델링에 힘을 보탰다. 멤버들은 다시 일어섰다. 시간이 촉박해서 다시 녹음하기 어려운 곡들은 1집 앨범과 방송출연 기록물에서 가져와 채웠다. 그래서 멤버들은 두 번째 앨범이지만 1.5집으로 이름을 붙였다. 울림은 2002년 10월 시와 노래가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 다섯 명이 만들었다. 시에 곡을 붙여 만든다는 의미에서 시노래패 ‘울림’으로 이름을 지었다. 울산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삶과 생활을 그려내는 노래를 추구하다 보니 지금까지 발표한 70~80여 곡 가운데 대부분이 울산을 표현한 시들에 곡을 붙였다.
울림은 지난 6년 동안 상업주의와 거리가 먼길을 걸었다. 시민에게 음악을 돌려주자며 2003년부터 악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어린이 합창단 ‘뚜버기’(2003년 설립)와 함께 해마다 초등학교를 찾아서 동요교실을 열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침을 겪었다. 다섯 명의 멤버 가운데 두 명이 생계를 위해 떠났다. 지난해는 밴드를 영입해 12차례나 공연을 했지만 재정난으로 밴드가 해체되는 아픔도 겪었다. “상업주의보다는 삶의 노래를 부르는 언더음악이 제대로 대접 받는 날이면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겠어요?” 감독 박제광(44)씨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는다면 영원한 언더이고 싶다”고 말했다. (052)903-3074. 글·사진/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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