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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김 후예들, 동대문서 생존실험 중

등록 2008-11-28 18:54수정 2008-11-28 23:50

서울 동대문시장 패션상가 ‘에어리어 6’ 지하 1층에 점포를 연 디자이너 팀이 지난 27일 저녁 매장 앞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순철·김문종·주한진·문희령·이청하·안제용씨.
서울 동대문시장 패션상가 ‘에어리어 6’ 지하 1층에 점포를 연 디자이너 팀이 지난 27일 저녁 매장 앞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순철·김문종·주한진·문희령·이청하·안제용씨.
무료 임대매장서 창업 실습…‘디자이너 브랜드’ 모색
단가·재고 줄이는 방법 터득…가격·품질 사이 고민도
유행에 민감한 옷을 싸게 파는 동대문에서 자기 색깔이 뚜렷한 디자이너가 자랄 수 있을까? 신진디자이너 7개팀이 동대문 패션상가 에어리어6에서 두 달째 실험중이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시장을 모르는 디자이너는 창업 예비 연습을 하고, 싼 값만으로 더 이상 경쟁력을 지닐 수 없는 동대문 시장도 디자이너 브랜드로 활로를 탐색하는 것이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지난 9월 ‘신진디자이너 실전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해 디자이너 8명을 뽑고 ‘에어리어6’은 내년 2월까지 임대료 없이 빈 공간을 내줬다. 동대문에서 20년째 매장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이너들의 ‘멘토’로 활동하는 신정철(50)씨는 “정글 같은 시장에서 자본금을 다 까먹지 않으려면 적응과정이 필요하다”다고 말했다. 그는 “싼값 경쟁하던 청평화상가 등은 중국에서 더 싼 물건이 들어와 주춤한 상태지만 디자인에 신경을 쓴 다른 상가에는 스페인, 영국 구매자까지 들어오고 있다 ”며 “디자인을 키워야 동대문이 산다”고 말했다. 진흥원과 신씨는 옷 전시하는 법, 창업 절차, 공장·시장의 특징 등을 알려주고 있다.

낮에는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깨어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어떤 손님은 일주일 전에 가져가 담배 냄새 밴 옷을 바꿔달라고 우겼다. 결국 8개팀 가운데 한 팀은 매장을 접었다.

버틴 디자이너들은 “몸으로 익히는 ‘실용 정보’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안제용(35)씨는 “온라인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오프라인에서는 판로를 찾기 쉽지 않았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며 “특히 유행을 살피고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디자인을 되돌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명 패션업체에 다니다 자기 색깔로 옷을 만들고 싶어 퇴직한 뒤 처음으로 매장을 갖게 된 김우겸(31)씨는 “싸게 작업하는 공장을 찾아내 생산단가를 낮추는 방법 등을 알게 됐다”며 “다음 주에 팔 것을 오늘 기획하는 동대문 시스템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한 색깔만 잘 팔리면 다 내놔 동나게 하지 않고 “곧 들어온다”며 손님을 달래 다른 색깔을 파는 방법, 손님이 물건을 고를 때 옷의 좋은 점에 대해 맛깔스럽게 설명하는 비결 등은 경험으로 익혔다.

하지만 동대문과 디자이너의 결합이 여전히 쉽지는 않아 보인다. 몸에 달라붙는 원색 남성복을 만드는 김우겸씨는 “동대문에서 장사가 안돼 도매 상인 취향에 맞춰 디자인 색깔을 대중적으로 바꿔보기도 했는데, 다시 내 색깔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질이 떨어지더라도 동대문 수준으로 값을 낮춰야 할지 고가를 유지해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파리의 에스모드라는 학교를 졸업하고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한 문희령(41)씨는 “동대문에서 팔면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은 네 계절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가게 운영 기간을 늘리고 홍보가 더 이뤄지길 바랐다.

글·사진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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