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문화웹진 <씨네트워크> 편집장
울림마당
문화부는 철거를, 5월 단체는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문화전당 설계안에 따라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던 옛 전남도청 별관 문제다. 보존을 주장하는 5월 단체들이 별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반년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사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5·18항쟁의 핵심장소를 없애려는 것은 역사의식이 없는 건축행위라는 게 5월단체들의 강조점이다. 설계 때부터 5월단체와 합의해 왔고, 별관을 제외한 나머지 보존건물들을 통해서도 5월정신의 계승은 가능하다는 것이 문화부의 태도다. 지난달 18일 이 문제를 놓고 시민대토론회가 열렸지만 팽팽한 의견차만 확인됐을 뿐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성과가 있기는 했다. 시민대토론회 이후 시민단체와 언론의 침묵이 ‘발견’된 것이다. 말하기를 업으로 삼는 두 집단이 말을 아끼는 모습은 분명 ‘발견’이었다. 이후 별관 존치문제라는 공은 시민단체와 언론에게 넘어갔다.
시민단체는 자신들에게 넘어온 공을 받았다. 4차례에 걸친 내부 연석회의를 진행한 결과 개별 단체들이 보존과 철거에 대한 자기의견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오는 5일 오후 2시 광주와이엠시에이 무진관에서 집담회라는 형식을 빌어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 놓을 예정이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의견을 내 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보존과 철거 중 어느 한 결론이 압도적이라고 해서 문화부나 5월단체가 거기에 따른다는 각서를 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하게 곱씹어 봐야 할 사실은 별관 문제가 ‘철거(문화부)→보존(5월단체 농성)→철거 대 보존(시민대토론회)→??(시민단체 의견)’이라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 과정을 지리멸렬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경이롭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이전까지 광주의 어떠한 공공프로젝트도 이와 같은 수렴 절차를 거쳤다는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전체를 더듬어 봐도 이런 사례는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주는 지금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승리’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까운 대목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언론이다. 변함없이 ‘의견’ 밝히기를 꺼려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언론이 할 일은 그런 게 아니라고 이야기한다면 한때 논란이 됐던 ‘랜드마크 논쟁’ 때 ‘의견’이 넘쳐났던 광주언론의 보도태도를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별관존치 문제는 5월단체와 문화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를 당사자로 한 숙제다. 5월단체와 문화부는 태도를 명확히 밝혔고, 공은 ‘그 외의 광주’에게 넘어왔다. 남은 건 선택이다. 이 선택이 가혹하게 느껴진대도 할 수 없다. 5·18은 어차피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 광주의 업보이지 않겠는가. 보존인지 철거인지, 다른 대안이 있는지 이제는 ‘의견’을 말하자.
이정우/문화웹진 <씨네트워크> 편집장
이정우/문화웹진 <씨네트워크> 편집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