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남울산적십자봉사회가 지난 2일 오후 적십자사 울산지사 사무실에서 파키스탄 노동자 압둘 와히드 아비드에게 성금 등을 전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제공
적십자사, 사고 후유증 아비드에 성금 전달
2006년 파키스탄에서 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건너온 압둘 와히드 아비드(32)는 울산 동구의 한 중소업체에 근무하다 올 3월 울산 울주군 웅촌면 고연공단의 한 입주업체로 옮겼다. 그는 입사 첫 달에 평일 잔업과 토·일요일 특근을 해 150여만원을 받아 대부분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냈다. 잠은 기숙사에서 잤고 밥은 공장의 식당에서 해결했다. 아비드가 보낸 돈으로 일흔이 넘은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 다섯 명, 아내와 일곱살짜리 아들 등 아홉 식구가 생계를 이어 갔다.
4월 가족한테 공중전화로 안부를 묻는 통화를 하고 공장 기숙사로 돌아가던 아비드는 뺑소니 차량에 치여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에서 깨어 보니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부러진 대퇴부의 뼈에는 철심이 박혀 있었다. 12주 진단을 받았으나 두 달만에 병원을 나왔다. 뺑소니 사고여서 병원비 때문에 계속 치료를 받기가 힘든데다 2년짜리 비자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그는 6월 파키스탄으로 건너갔다. 취업비자를 다시 받은 아비드는 10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입원한 두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한 아비드는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으로 곧바로 출근했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잔업과 휴일 특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월 수입이 78만원으로 줄어 들어 고향에 보내는 돈이 부족해지자 토·일요일에는 밥을 해 먹지 않고 우유와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대한적십자사 남울산적십자봉사회 회원 30여명이 성금을 냈다. 60여만원이 모였다. 봉사회는 지난 2일 찜질기와 생활필수품을 마련해 성금과 함께 아비드에게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구호복지팀 강병욱 과장은 “우유로 끼니를 때우는 아비드를 보니 눈물이 나왔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아비드가 빨리 몸을 회복한 뒤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떠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052)243-7921.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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