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상수도관 국산 둔갑 눈감아준 14명 불구속
중국에서 수입한 값싼 상수도관을 국산 케이에스(KS) 제품으로 속여 자치단체에 납품한 사실을 눈감아 주고 해당업체한테서 장학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최세훈)는 11일 부산의 상수도관 납품업체인 한국주철관공업㈜으로부터 10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남 함안군 상하수도사업소장 김아무개(55)씨와 전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장 전아무개(50)씨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 회사로부터 5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은 전국 상수도 업무 관련 공무원 27명은 해당 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이들 공무원은 한국주철관의 납품 편의를 봐주면서 이 회사가 이 직원 자녀들을 위해 설립한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 명목으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뇌물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10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은 공무원 가운데에는 이 장학재단의 장학금 지급과 관련해 감독업무를 맡은 전 부산 서부교육청 담당계장 정아무개(48)씨도 포함됐다.
한국주철관의 장학금 형식을 빈 뇌물수수 규모는 1999년부터 최근까지 부산·경남은 물론 제주, 전남, 대구, 광주 등 전국의 각 광역·기초자치단체 상수도 업무 담당 공무원 120명을 대상으로 해 6억8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 조사 결과 한국주철관은 ‘장학금 제도를 이용해 공무원에게 로비하라’는 내부 지침까지 세워 놓고 장학금 지급과 관련한 선발기준이나 절차도 없이 담당 공무원들 계좌로 한 차례에 100만~200만원씩 3~1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돈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주철관은 이를 통해 2004년 7월부터 2005년 3월까지 값싼 중국산 상수도관을 케이에스(KS) 인증을 받은 국산인 것처럼 속여 서울시 등 자치단체에 납품하며 83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발암물질인 페놀과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폐주물사 8300t을 부산 사하구 신평동 회사 터에 무단으로 매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이미 이 회사 회장 김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대표 홍아무개(55)씨를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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