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3조규모 시금고 선정 직전
실제 선정…“입찰헌금” 주장에 시·농협선 “자발적 기부”
경기 성남시가 출연해 만든 성남문화재단이 성남시 예산을 관리하는 시금고 선정 직전에 농협으로부터 축제 기부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성남시 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윤광열 의원은 “성남문화재단은 지난 10월8일~12일 사흘 동안 열린 탄천페스티벌 축제 때 무대 설치비 명목으로 농협 성남시지부로부터 3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며 “이후 농협은 성남시의 3조원에 가까운 시 예산을 관리하는 시 금고로 선정된 사실이 행정사무 감사 결과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성남시가 윤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성남시는 2009년부터 4년 동안 시 예산을 관리하는 시 금고를 선정하겠다는 공고를 지난 8월25일 냈다. 이에 농협을 비롯해 시중 은행 5곳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는데, 농협은 지난 9월18일 성남문화재단에 3억원을 기부했다. 농협은 지난 10월10일 시 금고로 선정됐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은 “시 문화재단은 이런 기부금을 받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을 직접 농협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 금고 입찰 경쟁에 치열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곧 ‘낙찰 헌금’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남문화재단의 협찬(기부) 요청을 받은 다른 기업들은 생수나 티셔츠, 방석 등 현물을 내놓은 데 반해, 지난해 3천만원의 기부금을 냈던 농협은 시 금고 선정을 앞둔 시점에 1년 전보다 10배나 많은 돈을 낸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문화재단과 성남시는 “성남시 대표적 축제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 한 것”이라며 “농협이 신용도와 안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농협 전흘수 성남시지부장도 “이번 기부금 액수가 커진 것은 지난 해보다 행사 규모가 훨씬 컸기 때문이었고, 재단에서 사람을 보내 협찬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성남문화재단은 이대엽 성남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다. 한편, 금융기관의 시 금고 유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운용에 따른 막대한 수익 덕에 경쟁이 치열하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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