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분양’에 쳥약률 왜곡·입주율 부풀리기
“수급정책 오류…실수요자 피해 고스란히”
주택시장 흐름을 읽고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의 판단 근거로 삼는 신규아파트 청약률과 미분양현황이 건설업체들의 꼼수에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먼저 수도권에서 시작된 깜깜이 분양이 올 들어 지방으로 확산하면서 신규 아파트 청약률 통계가 왜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결제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급 면적별 1~3순위 청약 경쟁률을 보고 1~3순위에 들지 못한 수요자들이 주로 경쟁률이 낮은 평형을 찾아 추가청약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깜깜이 분양은 청약률이 낮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실수요자들마저 등을 돌릴까 봐 법적 요건만 갖추기 위해 매체력이 약한 지방일간지 1~2곳에 분양공고를 낸 뒤 일체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고 견본주택도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업체는 이후 분양시장을 봐가며 추가분양을 하거나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분양률을 높여 나간다. 따라서 깜깜이 분양이 성행하면 청약률 0인 사업장이 쏟아질 가능성이 커 시장에 나온 아파트가 적정한 가격에 나온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실제로 금융결제원 홈페이지 청약경쟁률 자료를 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청약 접수에 들어간 사업장 388개 단지 가운데 98곳(25.2%)에서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시·도별로는 울산이 15곳의 사업장 가운데 무려 11곳(73.3%)이나 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듬해 주택 공급계획을 짤 때 반영하는 미분양 현황도 신뢰도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6월 완공된 359가구 규모의 울산 남구 ㅇ아파트는 입주율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지만 건설업체가 9월 말에 남구청에 신고한 미분양가구는 12곳뿐이다.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200여 가구 규모의 울산 남구 ㄹ아파트도 현재 입주율이 30%가 되지 않지만 건설업체는 미분양가구가 한 곳도 없다고 남구청에 신고했다.
울산시 정지식 건축주택과장은 “일부 업체들이 분양 실적을 부풀려 보고 한다고 알고 있지만 행정처벌을 내릴 근거가 없고 행정지도를 하면 지나친 행정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며 “현재로선 건설업체가 제출하는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고 검증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민연대 김창선 사무처장은 “자치단체와 정부가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주택정책을 세우면 공급 과잉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실수요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업체의 자료만 믿지 말고 현장조사 등 객관적 검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