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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세운장가’…녹지공간 탈바꿈

등록 2008-12-17 20:08수정 2008-12-18 00:25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들어설 대규모 녹지 공원의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들어설 대규모 녹지 공원의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 내년 4월까지 조성…근대화 40년 상징 역사속으로
1966년 35살의 젊은 건축가는 건물과 건물을 잇대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려고 했다. 8~17층짜리 건물 여덟 채를 앞뒤로 이어 세운 뒤 건물 양쪽에 날개처럼 공중 통행로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1층은 차가 다닐 수 있게 내주는 대신 건물 3층 높이의 통행로는 사람만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보행축을 세우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듬해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66년 9월 기공식 이래 1년2개월 만의 일이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원조 불도저’ 김현옥은 괴물처럼 들어선 이곳을 세운상가라고 이름 지었다. ‘세계의 기운’이 모이라는 뜻이었다. 그 젊은 건축가는 바로 김수근이었다.

최초의 본격 주상복합 건물로 기록된 세운상가는 70년대 초·중반까지도 잘나가는 고급 주거시설이었다. 대기업 간부, 고위 공무원, 연예인들이 이곳에서 살았다. 슈퍼마켓이 없던 시절, 이곳엔 처음으로 ‘삼풍 슈퍼마아?’이라는 대규모 소매점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세운상가의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70년대 후반 강남이 개발되면서 주민들이 강남으로 건너갔고, 롯데백화점이 명동에 들어서면서 상권마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 용산에 전자상가가 조성되면서는 결정타를 맞았다. 전자제품 명소로 알려진 세운상가의 상권이 모조리 용산으로 넘어갔다.

그 자리의 일부를 포르노 비디오·서적을 파는 상인들이 차지했다. 시인 유하도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서 “교과서 갈피에 숨겨논 빨간책, 육체의 악마와 사랑에 빠졌지” “욕망의 이름으로 나를 찍어낸 곳”이라고 썼다. 그 뒤 세운상가는 재개발 건축의 실패를 증언하는 흉물로 전락했고, 이 일대는 슬럼지역이 됐다.

굴곡진 역사를 거친 세운상가가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녹지축이 조성된다. 40여년 전 젊은 건축가가 건물로 연결하고자 했던 그 축이 녹지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서울시는 17일 세운상가를 재개발하면서 일부 공간에 숲길을 조성하는 사업의 착공식을 열고 1단계로 8동의 상가 가운데 하나인 현대상가 철거공사에 들어갔다. 시는 이번 녹지축 조성사업을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 43만8500㎡에 주상복합 단지를 만드는 세운 재정비촉진 사업과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이번에 철거되는 1단계 구간에 너비 50m, 길이 70m, 전체면적 3000㎡의 녹지광장을 내년 4월까지 조성한다. 이와 함께 종로 건너편의 종묘 앞으로는 과거 임금이 종묘를 드나들던 길인 어도를 200m 가량 복원한다. 시는 2010~2012년 세운상가 가운데 세운·청계·대림상가군을 너비 90m, 길이 290m의 녹지로 만들고, 2012~2015년엔 삼풍·풍진·신성·진양상가군도 너비 90m, 길이 500m의 녹지로 만들어 종묘와 남산을 잇는 1㎞에 녹지축을 완성할 계획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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