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은 공공장소” 천막용 비닐 등 강제압수에
“이용자 드물고 평화집회” 항의, 재설치로 맞서
“이용자 드물고 평화집회” 항의, 재설치로 맞서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복직과 자유로운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현대미포조선 정문 옆에서 장기농성을 벌이자 동구청이 농성시설 철거로 맞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미포조선 정문 옆 버스정류소 근처에서 ‘현대미포조선은 하청업체 노동자를 복직시키고 노동탄압을 중단하라’는 펼침막을 걸고 비닐 천막을 설치해놓은 채 이 회사 현장조직 ‘현장의 소리’ 소속 정규직 노동자 20여 명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다. 날마다 저녁에는 30~100여 명이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으며, 13일에는 영남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농성이 계속되자 동구청은 “버스정류장은 공공장소이고 시민들이 농성시설로 불편을 호소한다”며 철거할 것을 요구했지만 불응하자 16일 오후 1시30분께 직원 50여 명과 동부경찰서 직원 50여 명 등 100여 명을 동원해 천막용 비닐과 이불 등을 강제 압수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은 부구청장실로 몰려가 압수 물품 반환을 요구한 뒤 같은 날 오후 다시 농성시설을 설치했다. 이에 맞서 동구청은 다음주께 다시 행정대집행에 들어갈 방침이며,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농성시설 재설치로 맞서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동부경찰서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영도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본부장 등 5명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다음주께 사법처리할 방침이어서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제는 집회신고를 할 필요가 없지만 해가 진 뒤에는 행사를 열 수 없다”며 “검찰과 협의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본부장은 “노사 갈등을 중재해야 할 구청이 평소 이용자가 거의 없는 버스정류장에 천막을 못 치게 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을 드는 것”이라며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복직을 요구하며 평화적인 집회를 연 것이 죄가 된다면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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