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상경영’ 여파 하청업체들 감원 잇따라
삼성SDI 정규직도 보따리…“비정규직 불안감 커”
삼성SDI 정규직도 보따리…“비정규직 불안감 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경제를 밑에서 떠받쳐온 대규모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울산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가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을 견디다 못해 이달부터 공장 가동시간을 평균 4시간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일부 사내외 하청업체들은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울산 북구 효문동 사외 하청업체 ㄷ사는 모기업의 생산물량 감소로 덩달아 가동률이 떨어지자 50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직원 800여 명을 대상으로 6~30개월치 급여 지급을 조건으로 두 차례 희망퇴직자를 접수해 20여 명을 모집했다. 회사 쪽은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하자 중도에 희망퇴직 접수를 중단했으나 노조는 생산물량이 더 줄어들거나 조업 단축이 장기화하면 회사 쪽이 또 다시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울산 2공장 에쿠스 생산공정의 사내 하청업체 6곳의 노동자 115명은 지난달 초 모기업이 대형차 판매 감소 등을 이유로 에쿠스 생산을 전면 중단해 무더기로 일터를 잃었다. 이와 달리 에쿠스 공정의 정규직 500여 명은 정규직 노조와 회사의 합의로 올들어 5공장 제네시스 등 다른 공정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울산석유화학공단의 ㄱ사는 중국 경기 침체와 국내 소비의 위축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30% 수준까지 떨어지자 전체 직원 150여 명 가운데 50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12~16일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으나 신청자가 3명에 그치자 2차 접수를 검토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삼성에스디아이 부산공장이 2006년부터 주력제품이던 컬러 브라운관 1~3공장을 차례로 철수하면서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에 이어 정규직 직원들도 차례로 보따리를 싸고 있다. 올 하반기 컬러 브라운관 3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정규직 1000여명 가운데 500여 명이 삼성계열사 등으로 둥지를 옮겼고 나머지 500여 명은 위로금을 받고 희망퇴직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과거에는 실직한 사내 비정규직들이 노조와 직원의 소개를 받아 다른 공정으로 취업했지만 요즘은 폐업하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며 “하청업체 직원들이 불안감과 초조함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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