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국에서 일곱번째로 문을 연 충남 부여군 농민약국에 주민들이 찾아와 축하하고 있다. 부여 농민약국 제공
18년전 첫 등장해 현재 9곳…약사들 모여 보건활동 등 펼쳐
농민들의 건강한 삶과 노동을 목표로 농촌지역에 들어서는 ‘농민약국’이 농민들의 건강 지킴이를 넘어 농민들의 친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990년 4월 전남 나주에서 처음 문을 연 농민약국은 전남 해남·화순, 경북 상주, 강원 홍천, 전북 정읍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7월 충남 부여, 9월 충북 음성, 11월 경남 진주에서 차례로 문을 열어 영호남과 충청 등 9곳에서 농민들을 만나고 있다. ‘농민약국’이라는 이름 때문에 농약을 파는 곳으로 알거나 농민들만 가는 곳으로 아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농민약국은 여느 약국과 다름없이 처방전을 받아 약을 지어주는 곳이다.
일반 약국과 다른 점은 농민약국은 환자들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틈틈이 농민들을 찾아가 농민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다. 전국의 농민약국 약사 20명은 약국이 문을 닫는 일요일이면 지역 농민회와 함께 무료 상담 등 농촌 보건 활동과 주민 건강 교실 등 건강 교육을 벌인다.
지난 봄·여름에는 촛불집회와 농민대회에도 함께 참여해 농민들의 고민을 듣기도 한다. 음성 농민약국 김광묘 약사는 “지난달부터 농민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농민들이 모두 반가워한다”며 “봉사활동 뒤 농민 환자들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농민약국 9곳에서 일하는 농민약사들은 정책기획팀, 운영위원회 등에 소속돼 농민들과 소통하며 ‘농민 건강실태 보고서’를 내는 등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농약 중독에 관한 조사 연구’(1990~2003년), ‘비닐집 증후군 설문조사 분석’(1998년), ‘농업노동재해 보험법 법제화를 위한 활동’(2005년) 등을 해왔다.
나주에서 19년째 농민약국을 운영해온 이연임 대표약사는 “아픈 농민이 있는 전국 곳곳에 약국을 세우고 싶지만 희생·봉사에 앞장설 뜻이 있는 약사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농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넘어 농촌의 사회·문화적 건강까지 살피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