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떻게 써야 하는 기야? 희망직종이 뭐디여?”
처음 쓰는 이력서에 나온 ‘희망직종’이라는 단어를 보고 한 북한 이탈 주민이 손을 들어 물었다. 단답식으로 쓰는 이력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원동기’ ‘경험사항’ 등을 써야하는 자기소개서는 한없이 넓어 보였다.
10일 아침 9시30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05년 북한이탈주민 초청 취업설명회’에 속속 사람들이 몰려왔다. 서울에 사는 미취업 북한 이탈 주민들의 취업과 정착을 지원하려고 마련된 행사였다. 갓난아이를 안고 오는 어머니, 60대 할아버지, 한 가족이 손을 잡고 오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서울에 사는 북한 이탈 주민 2100명(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약 145명이 참가했다.
지난 2003년 12월 한국에 온 이아무개(29)씨는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일을 하면 석 달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일이 어려운 것보다 한국사람들이 북한 이탈 주민을 너무 얕잡아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온 김아무개(54)씨는 “북한에선 60살까지 의무노동이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찾을 수 없는데, 남한에선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행사에선 취업 전문업체 코리아 리크루트의 이정주 사장이 취업 대비 요령에 관해 특강을 하고 전문 컨설턴트들이 나와 취업 가능 회사와 적합한 직업 등을 소개하는 개별 맞춤 컨설팅도 해줬다.
북한 이탈 주민들은 설명회가 끝난 뒤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을 관람하고 상암에서 여의도까지 한강 유람선을 타는 등 서울 나들이를 즐겼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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