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옛 승당마을 주민들이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세운 망루에서 물대포에 맞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당시 주민들은 이곳에서 190여일 동안 농성하다 철거반원들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승당마을 구상권 해결 대책위 제공
삶터 쫓겨나고 철거반원은 치료비 독촉 주민 23명 대부분 실직…당시 대학생 2명은 월급차압 부산 해운대구 우2동 동부올림픽타운이 들어서 있는 옛 승당마을에서 10년 전인 1996년 일어났던 철거민들의 이른바 ‘망루투쟁’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승당마을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은 자신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냈던 철거반원들의 치료비 1억2000여만원을 갚으라는 독촉에 아직도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1987년 지주 423가구와 세입자 343가구가 살던 승당마을 6만8400여㎡를 부산지역 첫 주택재개발 사업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가구당 평균 400만원의 보상금으로는 이주가 불가능하다며 재개발사업에 반발하던 주민들은 96년 4월 마을 입구에 18m 높이의 망루를 세워 농성에 들어갔다. 시는 이른바 ‘망루투쟁’ 190여일째인 10월23일 ㅂ건설 소속 철거반원 500여명과 물대포, 최루탄 등을 동원해 농성 중이던 주민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철거반원 10명 등 20여명이 부상했다. 또 주민 23명이 연행돼 16명이 구속되고, 7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이 가운데 2명은 각각 징역 2년과 1년6월의 실형을 살았다.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이들 23명은 부상한 철거반원 10명의 치료비 5984만여원과 이자 6200여만원 등 모두 1억2000여만원을 갚으라는 근로복지공단의 빚독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치료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실직상태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거나 신용불량자이며, 심지어 일부는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질환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 돈을 갚고 있는 사람은 급여의 50%씩을 차압당하고 있는 당시 대학생 2명뿐이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몫만큼 갚으려는 사람도 있지만, 법원 판결은 “전액을 연대해서 갚으라”며 이를 막고 있다. 옛 승당마을의 한 주민은 “우리의 생활은 10년 전 강제로 쫓겨난 뒤 더욱 피폐해졌는데, 진짜 피해자인 우리가 ‘철거깡패’들의 치료비를 물어내야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는 치료비를 완납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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