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미세먼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난 남산 2호 터널에서 차들이 달리고 있다. 2호 터널의 연평균 미세먼지 수치는 252㎍/㎥로 권고 기준인 20㎍/㎥이나 유럽연합의 40㎍/㎥보다 6~12배 정도 높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미세먼지농도 권고기준 12배
시 “법적 기준 없다” 손놓아
시 “법적 기준 없다” 손놓아
자동차를 타고 서울 중구 장충동과 용산구 용산동을 잇는 남산 2호 터널을 지날 때는 창문을 반드시 닫는 것이 좋겠다.
남산 2호 터널의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대기 미세먼지 기준치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먼지 알갱이로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서울시가 지난 해 시 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 가운데 ‘터널 미세먼지 측정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남산 2호 터널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당 252㎍(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대기 미세먼지 기준인 20㎍의 12배에 해당한다. 현행 ‘다중 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하철 역사, 지하도 상가 등의 허용기준인 150㎍에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남산 2호 터널과 함께 남산을 관통하는 남산 1호 터널과 3호 터널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1호 터널과 3호 터널의 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164㎍, 93㎍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홍은동과 종로구 평창동 사이에 있는 홍지문 터널도 147㎍을 기록했다. 2호 터널 안에는 좁은 보행로가 마련돼 있어 일부 시민들은 걸어서 터널을 지나다니기도 한다. 미세먼지의 천국이지만 경고문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이후 남산 1~3호 터널과 홍지문 터널의 미세먼지 측정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나머지 27개 터널에 대한 자료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터널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법적기준은 없다”며 “미세먼지 측정은 터널 유지관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측정 내용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설명회를 열고 서울시내 대기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당 55㎍으로 1995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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