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라이온스협회 울산·양산지구 홍순태 총재(가운데)가 지난 6일 저녁 울산케이비에스홀에서 강치영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부울경지역본부장(오른쪽)에게 회원과 가족 1553명의 사후 장기 기증 서약서를 전달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부울경지역본부 제공
70대 할머니, 대학병원에 5억
울산·양산선 장기기증 서약
울산·양산선 장기기증 서약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기부와 사후 장기기증이 이어져 미국발 금융위기와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지역사회를 녹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원한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 세밑에 70대 할머니 두 명이 형편이 어려운 환자와 병원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장사를 해 모은 재산을 쾌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박명옥(75·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할머니는 지난달 31일 병원 쪽에 식당을 운영하며 어렵게 모은 5억원 상당의 땅(415㎡)과 건물 2채를 기부했다. 현재 4녀를 두고 있는 그는 하나뿐이던 중학생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남몰래 후원해 왔다. 1992년에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박 할머니의 자녀들은 “평소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려던 어머니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기부에 선뜻 동의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9일엔 문아무개(71·경남 진해시) 할머니가 한 스님과 함께 병원을 찾아와 국내외 소아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5000만원을 놓고 갔다. 병원 쪽은 이 돈으로 국내외 심장병 어린이 수십 명을 무료로 치료할 계획이다. 그는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며 인터뷰 요청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라이온스협회 울산·양산지구는 새해 6일 재단법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부울경지역본부에 회원과 일부 가족 1553명이 직접 서명한 사후 장기 기증 서약서를 전달했다. 11년 전 42개 클럽, 1900여 명의 회원으로 출발해 현재 85개 클럽, 4000여 명의 회원이 홀몸노인 돕기와 경로당 후원, 소외계층 학생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울산·양산지구는 새해 장기 기증사업과 함께 척추·관절수술사업을 새로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5일 국내외 자동차 판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는 사단법인 울산장애인부모회가 방학을 맞은 장애아동들이 방학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도록 열고 있는 겨울 계절학교 ‘달팽이학교’에 1500만원을 전달했다. 달팽이학교는 5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이달 30일까지 지역 시설 25곳에서 하루 6시간씩 열리고 있으며, 현재 260여 명의 장애아동이 참가하고 있다.
백승완 양산 부산대병원장은 “형편이 넉넉하신 것도 아닌데 평생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기부자들의 뜻을 받들어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사용하겠으며,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으로 되갚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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