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소화훼단지의 비닐하우스에서 안병설(45)씨가 도시가스 보일러를 가동시켜 키운 시클라멘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가스로 ‘고유가 위기’ 넘긴 울산 농소화훼단지
“기름값 폭등에 비상 걸린 지역경제 살리자”
시·구청 팔걷고 가스사 ‘9억’ 배관공사 무료로
농가 “원가부담 덜었으니 이젠 맘 놓고 재배” 8일 오전 울산 북구 중산동 농소화훼단지 10만㎡에 들어선 20~30여 개의 대형 비닐하우스 굴뚝 가운데 10여 곳의 굴뚝에선 시커먼 연기가 나오지 않았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지 않는 한 비닐하우스 안은 봄 날씨 같았다. 비닐하우스 안 곳곳에 설치된 팬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호접란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이 비닐하우스도 20여 일 전까지는 다른 비닐하우스처럼 20~25℃가 넘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경유를 사용해 보일러를 가동시켰다. 그럴 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굴뚝을 통해 끊임없이 나왔다. 기름보다 싸고 공해가 없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해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싶지만 시설비가 너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이곳 농가들은 꽃 재배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면세유 경유가 ℓ당 1300원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당 650원이던 액화천연가스보다 갑절이나 비쌌다. 시클라멘을 재배하고 있는 안병설(45)씨는 “1본당 2000원이던 꽃값이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지만 10년 전 ℓ당 200원 하던 면세 경유값이 지난해 9~10월께 ℓ당 1300원으로 치솟아 도무지 활로가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처럼 폭등하는 기름값이 액화천연가스를 도입하게 했다. 북구청이 화훼농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열효율이 10% 가량 높으면서도 가격은 싼 액화천연가스 공급에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이다. 먼저 북구청은 지역 액화천연가스 공급업체인 경동도시가스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경동도시가스는 화훼농가에 도시가스를 공급한 사례가 없고, 1.2㎞의 주 배관을 설치하는데만 9억원이나 들어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에 울산시와 북구청은 경영진을 설득했다. 경동도시가스는 이윤보다는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주 배관을 깔아주기로 했다. 주요 배관에서 각 하우스로 이어지는 배관(지선)과 보일러 등 나머지 설치비용 2억2000만원 가운데 절반은 시와 북구청이 지원했다. 20여 화훼 농가 가운데 9곳에 마침내 지난달 16일부터 액화천연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호접란·분화·절화 등 3개 작목반으로 이뤄진 농소화훼단지 작목회 김수선(52) 회장은 “꽃 재배는 생산원가 싸움인데 이젠 생산원가 비중이 높은 기름값 걱정에서 벗어나게 돼 안심하고 꽃 재배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액화천연가스도 면세유처럼 정부에서 세금 혜택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경섭 북구 생명산업과 유통축산계장은 “도시가스는 저탄소 녹색원료이며 열효율도 높고 가격도 경유보다 싸 이곳 농가들이 연간 수억여원의 원가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농소화훼단지 나머지 10여 농가에도 도시가스가 공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시·구청 팔걷고 가스사 ‘9억’ 배관공사 무료로
농가 “원가부담 덜었으니 이젠 맘 놓고 재배” 8일 오전 울산 북구 중산동 농소화훼단지 10만㎡에 들어선 20~30여 개의 대형 비닐하우스 굴뚝 가운데 10여 곳의 굴뚝에선 시커먼 연기가 나오지 않았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지 않는 한 비닐하우스 안은 봄 날씨 같았다. 비닐하우스 안 곳곳에 설치된 팬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호접란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이 비닐하우스도 20여 일 전까지는 다른 비닐하우스처럼 20~25℃가 넘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경유를 사용해 보일러를 가동시켰다. 그럴 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굴뚝을 통해 끊임없이 나왔다. 기름보다 싸고 공해가 없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해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싶지만 시설비가 너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이곳 농가들은 꽃 재배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면세유 경유가 ℓ당 1300원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당 650원이던 액화천연가스보다 갑절이나 비쌌다. 시클라멘을 재배하고 있는 안병설(45)씨는 “1본당 2000원이던 꽃값이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지만 10년 전 ℓ당 200원 하던 면세 경유값이 지난해 9~10월께 ℓ당 1300원으로 치솟아 도무지 활로가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처럼 폭등하는 기름값이 액화천연가스를 도입하게 했다. 북구청이 화훼농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열효율이 10% 가량 높으면서도 가격은 싼 액화천연가스 공급에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이다. 먼저 북구청은 지역 액화천연가스 공급업체인 경동도시가스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경동도시가스는 화훼농가에 도시가스를 공급한 사례가 없고, 1.2㎞의 주 배관을 설치하는데만 9억원이나 들어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에 울산시와 북구청은 경영진을 설득했다. 경동도시가스는 이윤보다는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주 배관을 깔아주기로 했다. 주요 배관에서 각 하우스로 이어지는 배관(지선)과 보일러 등 나머지 설치비용 2억2000만원 가운데 절반은 시와 북구청이 지원했다. 20여 화훼 농가 가운데 9곳에 마침내 지난달 16일부터 액화천연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호접란·분화·절화 등 3개 작목반으로 이뤄진 농소화훼단지 작목회 김수선(52) 회장은 “꽃 재배는 생산원가 싸움인데 이젠 생산원가 비중이 높은 기름값 걱정에서 벗어나게 돼 안심하고 꽃 재배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액화천연가스도 면세유처럼 정부에서 세금 혜택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경섭 북구 생명산업과 유통축산계장은 “도시가스는 저탄소 녹색원료이며 열효율도 높고 가격도 경유보다 싸 이곳 농가들이 연간 수억여원의 원가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농소화훼단지 나머지 10여 농가에도 도시가스가 공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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