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마을 주민 김인수씨는 비만 오면 마을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인 건축 쓰레기와 고물에서 악취가 나는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끓여 먹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남태령 호화주택 옆 판자촌
60여가구 180여명 한겨울도 지하수로 생활
서울시·서초구 “무허가 판자촌엔 공급못해” 서울 서초구 방배2동 남태령 전원마을에는 200여채에 이르는 저층의 고급 주택이 밀집해 있다. 넓은 정원에 정원수가 꾸며져 있는 붉은 벽돌집들이다. 이 호화 주택 끝자락에는 또 하나의 전원마을이 있는데, 그곳에는 비닐과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집 60여채가 늘어서 있다. 정원이 있거나 붉은 벽돌로 지은 집은 하나 없지만 180여명의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전원마을이라고 부른다. 남상득(67)씨는 1986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사당동이 재개발되면서 철거를 당해서였다. 쫓겨나면서 ‘딱지’(일반주택 입주권)와 이주비 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새로 들어선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씨는 그 돈을 가지고 전원마을로 흘러들어와 23년째 살고 있다. 남씨가 쫓겨난 사당동의 그 자리에는 주차장이 들어섰다. 남씨처럼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전원마을에는 상수도 시설이 없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이곳이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이라는 이유로 20년이 넘도록 수돗물을 공급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지하수에 기대 산다. 모터로 끌어올린 지하수를 각 가정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쓰고 있다. 모터에는 ‘우물용’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 주민들은 항상 큰 통에 물을 가득 받아 놓고 생활한다. 남씨는 “물을 받아 놓으면 시커멓게 이끼가 낀다. 여름에는 하루도 안 돼 이끼가 낀다”고 말했다. 이 마을엔 물론 하수시설도 없어 하수가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고, 비만 오면 마을 곳곳에 쌓인 건축 쓰레기와 고물에서 폐수가 흘러나온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 주변도 산더미 같은 폐자재와 가정에서 흘러나온 하수가 고여 썩고 있다. 폐수가 지하수로 스며들지 않을까 주민들은 시름겹다. 서울시 강남수도사업소는 “비닐하우스촌에도 수돗물을 넣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해당 지역에 주민들의 주민등록이 있어야 하고, 토지 소유주의 동의가 있어야 공동수도를 놔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 김인수(72)씨는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무허가라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는 전입 신고 자체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주소지를 등록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전원마을에 살고 있지만, 행정상 그들이 사는 마을의 주소지는 없다. 이곳은 가로등도 없어 지난 20여년 동안 밤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해왔다. 서초구는 20년 동안 방치한 이 마을에 지난해 9월 가로등 13개를 설치했다. 김씨는 “이곳이 우리 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언제든 이곳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지만 하루라도 대한민국 국민, 서울 시민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60살이 넘은 노인들이다. 아침이면 이들은 페트병을 들고 약수터가 있는 우면산을 오른다.
글·사진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서울시·서초구 “무허가 판자촌엔 공급못해” 서울 서초구 방배2동 남태령 전원마을에는 200여채에 이르는 저층의 고급 주택이 밀집해 있다. 넓은 정원에 정원수가 꾸며져 있는 붉은 벽돌집들이다. 이 호화 주택 끝자락에는 또 하나의 전원마을이 있는데, 그곳에는 비닐과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집 60여채가 늘어서 있다. 정원이 있거나 붉은 벽돌로 지은 집은 하나 없지만 180여명의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전원마을이라고 부른다. 남상득(67)씨는 1986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사당동이 재개발되면서 철거를 당해서였다. 쫓겨나면서 ‘딱지’(일반주택 입주권)와 이주비 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새로 들어선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씨는 그 돈을 가지고 전원마을로 흘러들어와 23년째 살고 있다. 남씨가 쫓겨난 사당동의 그 자리에는 주차장이 들어섰다. 남씨처럼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전원마을에는 상수도 시설이 없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이곳이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이라는 이유로 20년이 넘도록 수돗물을 공급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지하수에 기대 산다. 모터로 끌어올린 지하수를 각 가정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쓰고 있다. 모터에는 ‘우물용’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 주민들은 항상 큰 통에 물을 가득 받아 놓고 생활한다. 남씨는 “물을 받아 놓으면 시커멓게 이끼가 낀다. 여름에는 하루도 안 돼 이끼가 낀다”고 말했다. 이 마을엔 물론 하수시설도 없어 하수가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고, 비만 오면 마을 곳곳에 쌓인 건축 쓰레기와 고물에서 폐수가 흘러나온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 주변도 산더미 같은 폐자재와 가정에서 흘러나온 하수가 고여 썩고 있다. 폐수가 지하수로 스며들지 않을까 주민들은 시름겹다. 서울시 강남수도사업소는 “비닐하우스촌에도 수돗물을 넣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해당 지역에 주민들의 주민등록이 있어야 하고, 토지 소유주의 동의가 있어야 공동수도를 놔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 김인수(72)씨는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무허가라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는 전입 신고 자체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주소지를 등록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전원마을에 살고 있지만, 행정상 그들이 사는 마을의 주소지는 없다. 이곳은 가로등도 없어 지난 20여년 동안 밤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해왔다. 서초구는 20년 동안 방치한 이 마을에 지난해 9월 가로등 13개를 설치했다. 김씨는 “이곳이 우리 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언제든 이곳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지만 하루라도 대한민국 국민, 서울 시민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60살이 넘은 노인들이다. 아침이면 이들은 페트병을 들고 약수터가 있는 우면산을 오른다.
글·사진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