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 매곡정수장 기준치 초과…22일이 고비
10분 끓이면 90% 정화…시, 배출 위탁처리 논의
10분 끓이면 90% 정화…시, 배출 위탁처리 논의
250만 대구시민들이 마시는 식수에 비상이 걸렸다. 정수장에서 고도정화처리를 거쳐 생산된 수돗물인 정수에서 1,4-다이옥산이 20일 처음으로 권고치를 웃돌았다. 대구시민들은 발암성 물질로 분류된 1,4-다이옥산이 정수에서 세계보건기구 권고치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0일 새벽 6시 매곡정수장에서 1,4-다이옥산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 50㎍/ℓ을 넘어선 54㎍/ℓ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매곡정수장은 하루 45만 여t의 수돗물을 생산해 대구 전체 공급량의 57%를 차지한다.
김 시장은 “설밑에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감안해 1,4-다이옥산 오염치가 정수장에서 65㎍/ℓ가 넘어설 때까지 제한급수 등의 조치는 단행하지 않겠다”며 “수돗물을 반드시 끓여 마실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앞으로 2∼3일 동안 낙동강 수계인 매곡정수장에서 1,4-다이옥산 오염치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매곡정수장에서 10여㎞ 떨어진 성주대교 아래 낙동강 원수에서 지난 18일부터 사흘째 1,4-다이옥산 오염도가 80㎍/ℓ를 웃돌고 있다. 김 시장은 “이 물이 도착하는 22일 오후부터 23일 오전까지가 고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4일 이후에 과연 1,4-다이옥산 오염치가 낮아질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구시는 “비가 오지 않아 낙동강물이 크게 줄면서 오염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미공단에 입주한 합섬업체 9곳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 업체들은 평소 하루 100∼200㎏의 1,4-다이옥산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다이옥산은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생산할때 발생되는 물질로 국제암연구센터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눈과 코, 목에 염증이 생기고 다량 노출되면 간이나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현재 정수장에서 오존 처리를 하면 25%쯤 정화가 될 뿐 완벽한 처리가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물을 5분 끓이면 60%, 10분 끓이면 90% 정도 정화된다고 대구시가 밝혔다.
한편, 해마다 비가 오지 않는 겨울철이면 1,4-다이옥산 오염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으나 환경청과 대구시, 경북도 등에서는 하늘만 쳐다보며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기를 바라거나 댐 방류량을 늘리는 등의 소극적 조치에만 매달려 왔다.
권대용 대구시 상수도본부장은 “장기적으로 오염을 막기 위해 구미공단 섬유업체 9곳에서 배출하는 1,4-다이옥산을 낙동강에 흘려보내지 않고 전문업체에 맡겨 위탁처리하는 방안을 경북도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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