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 덕 보려는 것 과거에나 가능했던 일”
영남대 원로교수 40여 명이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재단 복귀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의원이 영남대 이사 4명을 추천하면서 사실상 재단에 복귀하려고 한다”며 재단 복귀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교수들은 성명을 통해 “박 의원이 20여 년 전 비리로 물러났으며, 그때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재단에 한푼도 출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박 의원의 복귀는 도덕적으로도 정당하지 않고, 학교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성명 발표에는 이재성 전 부총장, 권오중 전 대학원장, 정지창 전 부총장 등 이 대학에서 20∼30년 동안 재직하면서 부총장, 교수회 의장, 대학원장, 처장, 학장 등을 지낸 원로교수들이 상당수 참여했다.
교수들은 “학원에 정치세력을 끌어들여 덕을 보려는 행위는 과거 권위주의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라며 “정치적 인기에 힘입어 대학을 발전시키겠다는 발상은 무모하고 비현실적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권 전 대학원장은 “박 의원이 추천한 이사 4명이 관선이사와 다를 게 별로 없고, 학교를 발전시킬 아무런 대안과 계획도 마련된 게 없다는 점을 많은 교수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박 의원이 이번에는 비교적 중립적인 인사들을 재단이사로 추천했지만, 앞으로는 친인척 등이 재단에 참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교내외 공청회와 방송토론회 등을 통해 박 의원의 재단 복귀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한편, 교육부가 박 의원이 추천한 재단이사를 승인한다면 법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원로교수들에 이어 장년층 교수 80여 명도 박의원 복귀 반대성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에는 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와 총학생회, 지역 시민단체 20여 곳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박 의원이 재단을 다시 장악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박 의원의 재단 복귀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남대 관선이사회는 이달 중으로 박 의원이 추천한 전 대법관 강신욱(65)변호사, 전 서울행정법원장 우의형(61) 변호사, 박재갑(61) 서울대 의대 교수, 신성철(57)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등 4명과 이효수(58) 영남대 총장, 이호성(50) 영남이공대학 차기 총장, 김문기(63) 영남대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등 7명을 새로운 재단이사진으로 확정한 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교육과학기술부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관선이사회와 영남대 재단정상화추진위원회는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영남대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박 의원의 재단 복귀를 추진해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