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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 풍경] 한문 읊다보면 예절도 보이죠

등록 2009-02-05 23:22

한시와 경서를 가르치는 이형진씨는 우리말과 한자 사전인 ‘한한자전’을 제대로 만드는 게 꿈이다. 그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자료 앞에서, 글씨들이 빼곡한 작은 쪽지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A href="mailto:pik007@hani.co.kr">pik007@hani.co.kr</A>
한시와 경서를 가르치는 이형진씨는 우리말과 한자 사전인 ‘한한자전’을 제대로 만드는 게 꿈이다. 그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자료 앞에서, 글씨들이 빼곡한 작은 쪽지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전주서 한시 가르치는 이형진씨
밥벌이 바빠 접은 한시, 예순살 넘어 다시 써
미완성 ‘한한자전’ 살아생전 끝내야 할텐데…

“살아 생전에 꼭 제대로 된 한한(韓漢)자전을 완성하고 싶어요. 한시(漢詩)를 짓는데 꼭 필요합니다. 그것을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한시학자 이형진(85)씨의 꿈이다. 백발이 성성한 이씨는 고매한 한시를 음미할 줄 아는 선비다.

나이에 비해 아직도 정정한 그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전주교대 근처 자신의 집 건물에서 2005년부터 옥천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시교습소인 이곳에서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시와 경서를 틈틈이 가르치고 있다.

오는 20일 자신이 가르친 8명에게 수료증을 교부할 예정이다. 3년 이상 공부한 사람들로 한시에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춰다고 그는 전했다.

그의 한시 사랑은 아버지 대로부터 거슬러 올라 간다. 전남 광양이 고향인 그는 선친 이근재씨로부터 한학을 배웠다. 아버지는 한학자 황고암씨의 제자다. 황고암씨는 구한말 애국지사 매천 황현 선생의 친구다. 두 분은 당시 한문학의 양대산맥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수준높은 한시를 귀동냥으로 들을 수 있었던 그는 16살에 정식으로 입문했다. 1914년에 창단한, 한시를 배우기 위한 모임 ‘운남사 시회’의 회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19살에 결혼한 뒤 생계부양에 허덕여 한시를 접어야 했다. 그리고 예순을 넘긴 80년대 중반에야 비로소 자식들의 권유로 다시 한시를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


그는 98년 2월 상·하권으로 우리말과 한자를 담은 사전인 한한자전을 만들었다. 한시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 방대한 양을 다 수록하지 못했다. 여유도 부족하고, 컴퓨터에 없는 한자도 많아 미완성품으로 그친 것이다. 틈틈이 자전 확충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제 힘에 부친다. 그래서 함께 작업할 동반자를 찾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2005년 6월 한시보를 만들었다. 수강생을 위해 손으로 일일이 쓴 필사본을 인쇄했다. 한시 초보자들이 한시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마땅한 책이 없어서 손수 만든 것이다.

“요즘 한시와 경서를 다루는 한문학이 거의 소멸돼 가고 있습니다. 저는 현대를 사는 세상 사람들이 한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문학을 이해하면 인간에 대한 예절을 알게 됩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동물과 다른 점 등을 명시해 놓은 것이 바로 사서삼경입니다. 이는 맹목적인 중화사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경제가 어렵고, 끔찍한 연쇄 살인사건 범인이 잡히면서 민심이 흉흉한 요즘, 그는 “한문학은 말을 할때, 걸어갈 때, 밥을 먹을 때에 갖춰야 할 예절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063)283-2051.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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