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의 사내 하청업체였던 용인기업의 해직자 28명이 9일 현대미포조선에 첫 출근해 입사 관련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노동자 28명 정규직 복직
6개월 교육뒤 현장으로 …“이제 가장 노릇 하게 돼”
6개월 교육뒤 현장으로 …“이제 가장 노릇 하게 돼”
“이제야 가장 노릇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울산 현대미포조선 사내 하청업체 용인기업 소속이었던 권오균(50)씨는 9일부터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2003년 1월 사내 하청업체 용인기업이 폐업하면서 실직한 지 6년여 만이다. 그는 실직 뒤 막일도 하고 아파트 현관문에 홍보물을 붙이는 등 일감을 따지지 않고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 갔다.
하지만 일감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첫째아들은 아버지의 맘고생을 덜어 주려 다니던 대학을 그만뒀다. 둘째아들은 아예 대학을 포기한 뒤 군 입대를 택했고, 제대한 뒤 아버지를 돕겠다며 하청업체에 들어갔다.
권씨는 현대미포조선의 연락을 받고 이날 아침 8시께 용인기업에 함께 다니던 동료 27명과 함께 출근했다. 입사 구비서류를 작성하고 작업복도 지급 받았다. 용인기업 소속이 아니라 어엿한 원청 소속의 정규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권씨는 “오랜만에 아내가 문 앞까지 배웅을 해 줬다”며 “6년 동안 생계가 어려워 대학을 포기한 두 아들에게 다시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씨가 정규직으로 재입사한 것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대법원은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이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 지위 확인 청구소송에서 “2003년 폐업한 현대미포조선의 사내 하청업체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미포조선 소속”이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회사 쪽이 복직을 거부하자 현대미포조선 현장조직 소속 정규직 노동자 20~30여 명이 점심시간 집회를 열었다. 이를 이유로 회사가 김순진 ‘현장의 소리’ 의장을 중징계하자 정규직 노동자 이홍우씨가 이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려 했다.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영도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본부장과 김순진 의장 등 2명이 현대중공업 소각장 100m 높이의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다. 농성 31일 만인 지난달 23일 현대미포조선 노·사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용인기업 노동자들을 2월9일 복직시킨다’고 합의했다. 28명이 이날 복직의 기쁨을 누렸지만 2명은 끝내 복직을 하지 못했다. 정년을 넘겼기 때문이다.
권씨 등은 앞으로 길게는 6개월 동안 사내 기술교육원에서 현장 적응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뒤 선박 제조 공정에 배치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오전 회사 관계자와 용인기업 노동자들이 지난 아픈 과거를 묻어 두고 한 식구로 새롭게 출발하자고 다짐했다”며 “용인기업 노동자들이 앞으로 회사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회사 관계자는 “이날 오전 회사 관계자와 용인기업 노동자들이 지난 아픈 과거를 묻어 두고 한 식구로 새롭게 출발하자고 다짐했다”며 “용인기업 노동자들이 앞으로 회사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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