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정감있는 ‘청주토박이말’ 연구
* “오삼춘 개햐?” : 외삼촌 개고기 드십니까?
* “오삼춘 개햐?” : 외삼촌 개고기 드십니까?
‘고쿠락(아궁이)’, ‘누룽국(손국수)’, ‘짠지(김치)’, ‘오이숙모(외숙모)’, ‘얼쿠름하다(얼큰하다)’, ‘장(늘)’, ‘해전(하루종일)’….
청주시와 충북대 국어생활연구소가 청주지역 토박이말과 표준어를 비교·연구해 12일 낸 <청주 토박이말 조사·연구>에 나오는 청주지역 토박이말들이다.
충북대 국어생활연구소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청주지역 토박이 박유순(79)·김경순(74)할머니와 이완춘(75)할아버지를 40여차례 만나 채록한 일상생활, 세시풍속, 장례·잔치 문화 속 청주 토박이말을 542쪽에 이르는 책에 그대로 담았다.
연구를 맡은 조항범 충북대(국어국문학과)교수는 “청주 안에서도 서부·북부·중부 등 지역이 다른 세 노인의 말을 토대로 음운·문법·어휘 등을 살폈더니 청주 토박이말은 느리지만, 부드럽고, 정감있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음운 체계를 보면 오삼춘(외삼촌)·오이숙모(외숙모) 등 지역·시대에 따라 ‘ㅣ’탈락과 이중모음 현상, 셔머니(시어머니)·아줌니(아주머니)·지미(제 어미) 등 모음 축약 등이 혼재돼 있었으며, ‘근강(건강)’, ‘즌화(전화)’, ‘기시구(계시고)’, ‘뻔디기(번데기)’ 등 고모음화 현상이 뚜렷했다.
‘갈어서(갈아서)’, ‘감어(감아)’, ‘잡어유(잡아유)’ 등 ‘어’계로 통합되는 모음조화 현상이 많았으며, ‘지둥(기둥)’, ‘서빠늘(혓바늘)’, ‘성님(형님)’ 등 구개음화 현상도 눈에 띄었다.
조사를 보면 처격조사 ‘에/에서’는 ‘이/이서’로 변해 ‘집에서’가 ‘지비서’로 바뀌었으며, ‘배끼(밖에)’, ‘꺼정(까지)’, ‘버텀(부터)’, ‘마두(마다)’ 등의 보조조사도 널리 쓰였다.
종결어미의 축약과 ‘오/요’가 ‘유’로 바뀌고, ‘해’에 ‘아/어’가 결합해 ‘햐’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청주 토박이말의 특징으로 꼽혔다. “‘개고기 드십니까?’를 두 글자로 줄이면 ‘개햐?’”라는 우스갯소리가 이 부분에 해당한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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