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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풍경] ‘20년 농사 시름’ 파프리카가 덜어주네요

등록 2009-02-12 22:01

 파프리카를 처음으로 수확하고 있는 지시환씨가 파프리카 열매를 따면서 활짝 웃고 있다.
파프리카를 처음으로 수확하고 있는 지시환씨가 파프리카 열매를 따면서 활짝 웃고 있다.
파프리카 첫 수확하는 울주군 농민 지시환씨

12일 오전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지시환(48·울산 울주군 웅촌면)씨는 싱글벙글거렸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심은 파프리카 줄기에 다자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기 때문이다.

벼농사로 ‘빚더미’…방울토마토 재배도 시원찮아
사업비 8억 중 5억 국비…올 수익 3억 예상

지씨는 20년 동안 벼농사를 짓다가 빚만 늘어가자 3년 전 방울토마토로 바꿨지만 가격이 맞지 않고 인건비도 많이 들어 재미를 보지 못했다. 농산물 수입 개방의 높은 파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던 그는 울주군이 파프리카를 특화작물로 지정해 전체 시설비의 60%를 국·시·군비로 보조한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내려면 상당한 규모 이상을 재배해야 하나 이미 빚을 안고 있는 농가가 몇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그는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다.

비타민 시와 철분 등이 다량으로 들어있는 파프리카가 인체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골다공증 예방과 항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선진국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우리나라에 수입이 되지 않고 있으며, 방울토마토보다 손이 덜 가 2~4명의 가족이 재배할 수 있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자신감을 더했다.


또 다시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연구와 검증에 들어갔다. 진주와 창녕 등의 성공한 파프리카 재배농가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재배방법을 메모했으며, 인터넷과 서적으로 파프리카의 식물적 특성을 공부했다. 마침내 지난해 8~9월 실행에 옮겼다. 전체 사업비 8억여 원 가운데 3억여 원은 빚을 내 마련하고, 5억여원은 지원을 받아 해결했다.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던 5200여㎡에 4~5m 높이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씨앗을 파종하고 열매가 빨간색과 노란색인 모종을 심었다.

“제대로 열매가 맺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자식과 같은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심정을 모릅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대부분의 줄기에 주먹만한 열매가 달렸다. 더구나 지난해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5㎏에 2만7000원하던 파프리카의 가격이 올해는 5만~6만원으로 뛰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8월까지 64t의 수확이 가능해 많게는 3억여 원 정도의 수입이 예상된다.

그는 “지자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른 농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재배 방법을 전수하는 등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지씨의 비닐하우스를 방문한 신장열 울주군수는 “파프리카가 농산물 수입 개방 대체작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서울 등 전국에 직접 판매하는 유통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공동판매망을 만들기 위해 올해 재배 면적을 3㏊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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