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지게차 운전대 잡는 주부들
울산시여성회관 교육생 20명 모집에 241명 몰려
전문자격증·창업·재테크 등 백화점 강좌도 북적
전문자격증·창업·재테크 등 백화점 강좌도 북적
경기불황으로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주부들이 전문 자격증 취득과 창업 또는 재투자 강좌 수강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울산시여성회관은 지난 2~13일 모집한 정원 20명의 3개월 과정 ‘여성 지게차 운전교육’에 모두 241명이 지원을 해 경쟁률이 12 대 1을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지원자 가운데 40대가 141명(58.5%)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53명으로 뒤를 이었고, 50~60대 42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편이 없거나 건강 사정 등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생계를 직접 꾸려 가는 여성가장이 34명을 차지했다. 지원 자격을 2종 운전면허증 소지자로 제한했지만 대형면허를 딴 지원자도 7명이나 됐다.
울산시여성회관 정은희 직업능력개발팀장은 “지원자의 대부분이 남편을 돕거나 가정 생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예산 사정으로 상당수를 탈락시킬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교육비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지게차 자격증을 따면 취업에 유리한 면도 작용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더욱 경쟁률이 치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취미 위주의 강좌가 주로 개설되던 백화점에도 전문 자격증 과정이 잇따라 개설되자 주부들의 반응이 뜨겁다. 현대백화점 울산점 문화센터가 다음달 개설하는 봄학기 전문 자격증 9개 강좌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영어동화책 읽기 독서지도자과정은 17일 현재 접수율이 50%를 넘겼다. 현대백화점 쪽은 “봄학기 강좌는 보통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이달 말에 신청서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창업과 펀드·주식·법원경매 등 재테크와 관련한 강좌도 주부들이 가세하면서 붐비고 있다. 현대백화점 울산점이 18일 여는 ‘2009년 금융정책 변화와 실전 재테크전략’ 강좌는 정원이 24명인데 20명이 더 신청을 했다. 현대중공업문화센터가 미포회관에서 18일여는 ‘무점포 재택창업과 1인기업 창업’ 강좌와 27일 여는 ‘인터넷창업 실무와 보따리무역’ 강좌는 인터넷 카페에 회원 가입을 한 뒤 수강신청을 하도록 했는데 카페 개설 20여일 만에 회원이 220명을 넘겼다. 수강료 1만원을 받고 17일 마감한 ‘무점포 재택창업과 1인기업 창업’ 강좌도 이날 정원 60명을 넘겼으며, 이 가운데 30대 이상 여성이 40%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울산점 문화센터 이미정 실장은 “취미반과 다르게 창업이나 재테크 강좌는 대체로 딱딱해서 개설할 때마다 빈 자리가 많을까 봐 노심초사하는데 요즘은 정원을 훌쩍 넘겨 깜짝 놀라고 있다”며 “최근의 얼어붙은 경제 사정을 실감케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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