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암기시험 통해 급수 주기로…전교조 “졸속행정” 비판
부산시교육청이 다음달 새학기부터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해 초·중·고 영어 필수단어 급수인증제를 도입하려 하자 전교조가 실속없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교육청은 새학기부터 초등학생 5학년부터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초등 350개, 중등 900개, 고등 1100개 등 영어 필수단어 2350개와 관련 핵심문장을 암기하도록 해 시험을 통해 9등급의 급수를 부여하는 영어 필수단어 급수인증제를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인증시험 결과를 수행평가에 반영하도록 권장하고, 중·고교별로 어휘력 경시대회도 열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기본어휘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영어 읽기와 듣기, 쓰기, 말하기 학습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해 필수단어 급수인증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부산지부는 “현재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부실이 드러났는데도 또 하나의 전시행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실효성 없는 영어단어 인증제를 즉시 폐기하고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에 맡길 것”을 촉구했다.
또 “제7차 교육과정 이후 말하기·듣기 중심으로 영어교육이 진행돼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다시 20년 전 단어나 문장 위주의 문제풀이 수업으로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며 “획일적인 단어 암기식 시험은 의사 소통 능력 배양이라는 영어교육 본래의 목적에도 맞지 않고 학생들의 창의성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교조 부산지부는 “시교육청이 몇년 전부터 시행하는 생활영어 인증제에 이어 단어 인증제까지 추가한다면 영어수업은 인증제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며 “영어교사들은 쓸모없는 인증 업무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겨야 하고 학생들의 시험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