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 현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전두환 정권 ‘개발논리’에 헐린 지 20여년 만에 결정
일제가 만든 최초도면 발견…2020년까지 747억 투입
일제가 만든 최초도면 발견…2020년까지 747억 투입
1987년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 대부분 헐린 서대문형무소가 원래 모습으로 복원된다.
서울 서대문구는 국고보조금 747억원을 들여 형무소를 원형대로 복원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복원은 지난달 15일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된 서대문형무소 최초 도면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복원사업은 202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2011년까지 계획된 1단계 복원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구 보안과 청사 바깥벽의 흰타일을 적벽돌로 교체하고, 수용자들의 운동시설인 격벽장과 빨래터를 다시 지어 체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1987년 복원된 유관순 열사 지하옥사의 바깥 보호각을 철거하고 이를 여성 수감자들이 생활하던 여성 옥사로 복원한다. 또 취사장을 복원해 무쇠솥과 취사도구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될 2단계 복원은 지상에 있는 주차장을 모두 지하화하고, 그 자리에 수감자들의 일터였던 공장 3개동을 되살리게 된다. 또 3단계 복원에서는 임시 수감시설인 구치감 건물 1개동과 형무소 남쪽에 위치했던 망루 2개소를 복원해 전시시설과 편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일제가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옥사와 부속 건물들을 합해 모두 1590㎡(480평) 크기에 수용인원이 500여명에 달했다. 일제는 독립운동가들을 투옥하면서 공간이 부족하자 마포구 공덕동에 1912년 경성감옥을 신축했고, 이때 기존 경성감옥을 서대문감옥으로 바꿨다. 광복 뒤 서대문형무소는 한국 정부가 그대로 쓰게 됐고, 그 뒤 서울형무소(1945년), 서울교도소(1961년), 서울구치소(1967년)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서대문형무소의 상당 부분이 철거된 것은 1987년의 일이다. 그해 11월15일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자 당시 정부는 12개 옥사 가운데 8개, 격벽장, 여성옥사, 공장, 교도관 숙소, 취사장 등을 모두 철거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김태동 학예연구사는 “보존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두환 정권의 개발논리를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당시 그대로 놔두었더라면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지금과 같은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서울시청도 그렇고 옛 건축물을 없앤 뒤에 원형 복원하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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