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 임금교섭 사쪽에 위임…현대차 노사 ‘밤샘근무 폐지’ 갈등
울산 지역 노동운동의 두축이었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경제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내수와 수출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10월부터 가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줄이고 있다. 26일엔 울산 2, 5공장의 투산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다음주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나머지 생산라인은 주·야간 각 8시간 가동을 하고 있으나 울산 3공장을 빼고는 잔업과 특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까지 일부 공장을 빼고 하루 2시간의 잔업에다 다달이 1~4일씩 특근을 하던 현장 노동자들은 월급이 반토막 나 울상을 짓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세계 해운회사들이 운반 물량 부족으로 선박 건조를 꺼려 최근 여섯 달 동안 선박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년치 선박을 수주해 놓고 있어 당장 조업 차질을 빚고 있지는 않지만 선박 수주와 함께 받는 계약금이 여섯 달째 들어오지 않아 현금 유동성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선박을 발주했던 일부 해운회사들이 보유 현금이 모자라자 현대중공업 쪽에 계약 취소 또는 선박 인도 연기 요청을 해오고 있다.
두 회사의 사정은 비슷하지만 노조의 해법은 너무 다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창립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교섭을 회사 쪽에 위임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26일 회사 쪽에 “3년 이상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저하하지 말아 달라”는 임금 교섭 위임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다음달 2일 울산 본사에서 임금안 위임식을 열 예정이어서 15년 연속 무쟁의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밤샘근무 폐지를 둘러싸고 연초부터 티격태격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합의한 대로 올해 1월부터 전주공장부터 밤샘근무를 폐지하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쪽이 안정적인 생산물량이 확보되지 않는 한 시행이 어렵다고 버티자 지난달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조정신청 등 쟁의 절차를 밟을 것을 결의했다. 또 서울 본사와 울산공장 등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회사 안팎에서 홍보전을 펼칠 2000여 명 규모의 실천단을 꾸리기 위해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예년에 5~6월 시작했던 임금 및 단체교섭을 다음달로 앞당기기로 해 극한 대립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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