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193m 애드벌룬 시위’
555m 제2 롯데월드 허용 항의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때문에 건축물의 높이를 45m 이하로 제한받는 경기 성남 시내에 이를 항의하는 193m 높이의 대형 풍선(애드벌룬)이 잇따라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555m 높이의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하기 위해 서울공항 활주로의 각도까지 바꿔주면서도, 정작 수십만 가구가 불편을 겪는 성남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문제에는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 고도제한완화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주공아파트 106동 옥상에 지름 4m 가량의 대형 풍선을 193m 높이로 띄웠다. 또 같은 날 성남시 중원구 도시환경 정비사업 1지구 옥상에도 ‘성남 고도제한 해제하라’는 대형 펼침막이 달린 같은 크기의 풍선을 매달았다.
이춘섭 대책위원장은 “서울공항 주변은 193m 높이의 영장산 등 자연장애물이 있으나 비행안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영장산 높이까지 고도제한을 풀어줘도 비행에는 장애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풍선을 띄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른 시일 안에 2~3곳을 골라 이런 풍선을 더 띄울 예정이다. 또 지난달 10일부터 성남 모란시장에서 고도제한 완화를 주장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간 ‘성남 민주당 대책위원회’도 농성장 옆에 같은 의미의 대형 풍선을 띄워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공군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풍선은 모두 군용 항공기지법의 고도제한 규정을 위반한 ‘비행 장애물’이지만, ‘시민 정서’를 고려할 때 쉽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공항의 한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고도제한을 지켜달라고 간접적 방법으로 해당 단체에 요청했다”며 “실정법 위반이기도 하지만 대형 풍선이 끊어져 날아다니면 항공기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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