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홍(72)씨
단칸방 살며 어르신 무료급식 등 ‘30년 이웃사랑’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이천동 한 음식점에서 저소득층 노인 200여명이 모여 소고기 국밥을 맛있게 먹었다. 이천동 주민센터에서 강의하는 강사들이 나와 고전무용과 민요, 판소리를 공연하면서 흥을 돋웠으며, 20㎏, 15㎏, 10㎏짜리 쌀 3포대를 경품으로 내걸고 즉석노래자랑이 펼쳐지기도 했다.‘사랑의 무료급식’이라고 이름 붙인 이날 행사는 이 마을에 사는 서기홍(72·사진)씨가 마련했다.
서씨는 음식값과 경품비용으로 50만원이 넘는 돈을 치렀다. 서씨는 지난해 11월에도 노인 150여명에게 소고기 국밥을 대접하는 등 지난해에도 다달이 형편이 어려운 마을 노인들에게 공짜로 급식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홀몸노인 등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연탄을 전달해줬다. 이렇게 배달된 연탄이 지난 겨울철에만 6천장이 넘는다.
서씨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고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이천동 재개발지역에서 한달 15만원씩 월세를 주는 단칸방에 혼자 살며 고철을 팔아 번 돈은 거의 대부분을 이웃을 돕는데 쓴다. 때로는 김치도 나눠주고 이웃의 낡은 집을 고쳐 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서씨는 직접 집집마다 다니면서 모아둔 양말과 옷가지, 신발 등을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그는 “남을 도우면 마음이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리어카를 끌고 마을로 나가면 주민들이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할 때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서씨의 이웃돕기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8살때 대구역 앞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할 때부터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사주곤 했다. 그는 최근 코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지만 건강은 아주 좋다고 했다.
“남을 도우면 내 마음이 두배, 세배 부자가 되는 것 같다”는 서씨는 “앞으로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웃돕기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준 남구 이천동장은 “서씨는 우리 마을의 천사”라며 “많은 사람들이 서씨의 따뜻한 이웃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