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정성 시비들어 대표이사 선임 유보
‘준비안된 설립…업무차질’ 비판 봇물
‘준비안된 설립…업무차질’ 비판 봇물
대구문화재단이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한 채 출범하면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시는 9일 “대구문화재단 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불거져 대표이사 선임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시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개모집에 응모한 4명을 심사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을 골라 2일 이사장인 김범일 시장에게 추천했다. 김 시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추천위가 복수로 추천해오면 이들중 한 명을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하도록 돼 있지만 선임을 포기했다.
대표이사에 공모한 지역 인사들은 교수와 언론인, 전 의원, 문화단체 대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위는 이들 가운데 문화단체 대표와 전 의원 2명을 추천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추천위가 선정한 2명 가운데 1명을 선임해 온 것이 관례인데, 뚜렷한 이유 없이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대구시는 시중에 떠도는 각종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대표이사를 공모하기 훨씬 전부터 문화재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돼오다가 결국은 대표이사가 없이 출범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권영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대표이사가 없어도 문화재단이 출범하는 등 예정된 일정에 따라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며 “지역 문화예술계의 과열된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 지역 여론과 문화재단 이사회의 의견을 듣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시장은 “10일 열리는 문화재단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대표이사가 없는 상태에서 이달말 문화재단이 공식 출범하게 되면 올해 사업 계획을 짜고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업무 추진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문화재단이 자칫하면 ‘옥상옥의 기관’으로 전락해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문화기획, 문화예술행사 추진, 문화교육 등을 맡기기 위해 지난달 5일 발기인 총회를 강행했다.
시는 또 서울과 인천, 경기, 부산, 제주 등에도 지역문화재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치밀한 준비없이 문화재단 설립을 밀어붙여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시는 2003년에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 잉여금 140여억원과 대구시 문예진흥기금 50억원 등으로 문화재단 설립 비용을 충당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