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SK에너지등 12곳 “위기극복 동참”
금속노조 “교섭포기는 노조 근거부정” 비난
금속노조 “교섭포기는 노조 근거부정” 비난
현대중공업 등 울산의 노조들이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며 잇따라 임금 동결과 반납을 선언하자 금속노조 등이 비판하고 나서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지난 2일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요구안 위임과 3년 동안 고용 보장에 합의했다. 원전 기술업체 삼창기업,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과 울산수지공장, 한국바스프 화성공장도 임금을 동결하거나 호봉 승급분을 반납하고 위기극복에 노사가 함께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올해 초 성과급 삭감을 두고 회사 쪽과 갈등을 빚었던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에스케이에너지노조는 1960년대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호봉 승급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벌인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가자의 71.6%가 올해 임금 동결과 호봉 승급분 반납에 찬성했다. 상급단체가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인 폐기물처리업체 ㈜엔씨씨노조는 5일 울산 남구 용잠동 울산공장 회의실에서 회사 쪽과 함께 올해 임금 동결과 고용 보장, 경영 실적 호전 때 성과급 공정 배분, 신규 설비투자 지속 등을 뼈대로 하는 노사협력 공동 선언식을 열었다.
부산노동청 울산지청은 11일 현재 울산의 기업체 가운데 노조가 경제위기 극복 취지로 올해 임금을 동결 또는 일부 반납하거나 임금 요구안을 회사에 위임한 사업장은 12곳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이 잇따르자 일부 노동단체와 노조가 무교섭 또는 임금 동결 및 반납을 결정한 노조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면서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올해 15년 연속 무쟁의로 교섭을 타결 지은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판하는 5만4000부의 홍보물을 만들어 최근 현대자동차 등 산하 사업장에 배포했다. 금속노조는 이 홍보물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 요구안 백지위임으로 노조이기를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홍보물에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10년 전 안전화를 아직 신고 다니고 있으며, 임금은 많이 받으면서 노조가 조합원들의 후생복지와 안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내용을 실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지난달 25일 노조 소식지 <새벽함성>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교섭 포기 공식 표명’이란 제목으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한 것은 노조 존재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 설명회와 대의원대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된 사안을 악의적으로 비난했다’며 지난달 26일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2명에 이어 이달 3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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