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요양시설이 필요한 중증 치매노인은 1만4천여명에 이르나 이 가운데 9천여명은 적절한 요양시설을 찾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 생활하는 치매 노인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요양시설 턱없이 부족…수용인원 5천여명뿐
3배나 비싼 병원 찾거나 지방시설에 입원도
3배나 비싼 병원 찾거나 지방시설에 입원도
백아무개(75·남)씨는 중증 치매환자다. 백씨의 가족들은 모두 일을 다녀 하루종일 백씨를 돌볼 수 없다. 지난해 가족들은 서울에 있는 노인 요양시설을 알아봤지만 “자리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증상이 심한 백씨를 집에 모실 수 없어 요양시설에 ‘대기자’로 이름을 올린 뒤, 노인 전문병원에 입원시켰다. 한 달 병원비만 150만원이 들었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 10월 인천시 강화군의 한 노인 요양시설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양시설은 전문병원에 비해 비용이 3분의 1수준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리가 문제였다. 서울에서 요양원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백씨는 가족들을 자주 찾았지만, 가족들은 그런 백씨를 자주 찾아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서울의 한 요양원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병원과 지방을 헤맨 백씨가 서울의 요양시설에 들어가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서울시에 살고 있는 65살 이상된 노인 89만8천여명 가운데 치매노인은 7만2천여명에 이른다. 전체 노인의 8.2%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시설이용이 필요한 중증 치매노인을 1만4천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서울시에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노인시설은 133곳 뿐이다. 전체 수용 인원은 5460여명이다. 나머지 9천여명의 노인들은 비싼 병원비를 들여가며 병원에 입원하거나 지방 요양시설, 또는 집에서 힙겹게 하루하루를 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노인 요양시설에는 수백명의 입소 대기자들로 차고 넘친다. 정원이 50명인 서울시립 서부 노인전문 요양센터에는 대기인원만 300여명이다. 이 센터의 류민정 사회복지사는 “남성은 1년6개월, 여성은 2년 정도 기다려야 입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장기 요양시설인 동명 노인복지 센터와 구립용산 노인전문 요양원도 각각 150여명과 170여명의 치매노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구립용산 요양원의 입소 담당자는 “대기자 가족들이 ‘언제 입소할 수 있냐’고 궁금해 하지만 그것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입소한 노인이 사망해서 요양원을 떠나야 자리가 나기 때문이다.
서울시 박병환 노인시설팀장은 “2010년까지 25개 자치구별로 10곳씩 ‘데이케어 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추경 예산으로 117억원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데이케어 센터’는 치매노인 주간 보호시설 형태로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한달 이용료는 19만원에서 22만원 정도다.
이에 대해 동명 노인복지 센터의 최원진 사회복지사는 “노인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데이케어 센터’만 늘릴 것이 아니라 요양시설도 함께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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