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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하늘닮은 마음으로 자연의 색 나눠요”

등록 2009-03-19 23:00

충북 청원군 강내면 반딧불이 자연염색 공방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무료 염색 교실에서 초보 염색인들이 염색 체험을 하고 있다. 반딧불이 자연염색 공방 제공.
충북 청원군 강내면 반딧불이 자연염색 공방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무료 염색 교실에서 초보 염색인들이 염색 체험을 하고 있다. 반딧불이 자연염색 공방 제공.
청원 반딧불이 염색공방
“토끼풀·칡넝쿨·감잎…지천에 널린 게 염색재료”
다달이 열리는 ‘무료교실’ 도시인 발길 이어져

자연의 색을 좇고 나누려는 사람들이 있다.

충북 청원군 강내면 저산리 한적한 시골마을에는 반딧불이 염색 공방이 있다. 마을은 낮엔 새울고 밤이면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노니는 마을이다.

지난해 9월 청주 생활을 접고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염색공예가 염숙희(39)씨가 다달이 한 차례씩 염색 무료 체험 교실을 여는 곳이기도 하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공방에서 여는 염색 교실에는 10명 안팎의 초보 염색인들이 찾고 있다. 이젠 서울·충주 등에서도 알음알음 찾아 온다.

염색 공부방이 서는 날 염씨는 그동안 틈틈이 주변에서 구한 염색 재료들을 새벽부터 손수 끓여 놓고 손님들을 맞는다. 그는 “토끼풀·칡넝쿨·감잎·은행잎·뽕잎 등 넘치도록 널려있는 염색 재료들을 모으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길어 끓이면 그만이니까 사실 큰일은 아니다”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도 좋아하니까 보람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염씨의 염색 스승은 지역에서 염색 대부로 통하는 연방희(53)선생이다. 연 선생은 충북지역 천연 염색의 산실인 괴산군 도안면 천연 염색의 집 고래실에서 염색 후학들을 길러내고 있다. 2001년부터 이곳을 거쳐간 염색 장인들만 줄잡아 100명이다.

고래실 3기인 염씨는 “한복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다 우연히 천연 염색을 접했는데 한눈에 반해 오늘까지 염색을 하고 있다”며 “눈을 황홀하게 하기보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색을 찾고 나누라는 연 선생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씨는 염색 재료들의 특성과 염색 방법, 관리법 등을 꼼꼼히 일러준 뒤 초보 염색인들이 가져온 면 손수건, 속옷, 양말 등을 염색 물에 담가 함께 쪽물, 치자물, 흙물 등을 들인다.

빨랫줄에서 염색한 옷가지들이 마르는 동안에는 도시락 등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지천에 널린 냉이·쑥 등 나물을 뜯기도 한다.

염씨는 “쪽빛을 내려면 하늘 같은 마음을 지녀야 하듯이 자연을 닮고 싶어 자연 안에서 사람들과 친해지려는 작은 손을 내밀고 있다”며 “우리 염색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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