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비지원키로…“물 부족·환경파괴 우려”
대구시가 상수도 취수원을 낙동강 구미공단 상류로 옮기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자 여론 수렴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8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민들이 낙동강 수질오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취수원을 구미공단 상류쪽으로 옮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라고 발표했다. 홍 대표는 “다음달 정부 추경예산 편성 때 취수원 이전 예비타당성 조사 비용으로 25억원을 반영하겠다”며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취수원 이전 에정지로는 경북 김천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구미시 선산읍 생곡리 일선교 부근이 확정적이며, 대구에서 60㎞ 떨어진 이곳에서 도수관로를 통해 매곡정수장으로 보낸 뒤 정수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10년전부터 낙동강 수질오염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이 방안은 2007년 3월 용역을 맡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타당성 조사를 해 지난해 연말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5천억원이 넘는 엄청난 사업비에다 갈수기 물 부족, 경북 지역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환경 파괴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국비 지원은 약속했지만 다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갈수기때 낙동강이 말라 버려 예상되는 물 부족사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구미와 칠곡주민들의 젖줄인 구미광역상수도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46만4천t을 취수하고 있으나 대구시가 이곳에서 상류 5㎞쯤 떨어진 구미 일선교에서 하루 60만여t을 퍼 올리면 해평취수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일선교 부근 취수장에 수중보를 설치하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미와 칠곡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단체들은 “대구시의 취수장을 옮기면 구미공단 오염 단속이 허술해지는 등 낙동강 오염이 심해질 것”이라며 “자칫 낙동강이 버려진 강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일선교와 대구 매곡정수장을 잇는 60㎞ 거리에 지름 1m가 넘는 도수관로를 묻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경북 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광주, 목포, 나주 등 호남쪽 일부 자치단체가 영산강에서 취수원을 주암댐으로 옮기는 바람에 영산강이 4∼5급수로 오염된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권대용 상수도본부장은 “낙동강 살리기사업의 하나로 낙동강에 수중보를 설치하고 댐을 건설하면 수량이 늘어나 오염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시민단체로 구성된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대구본부’와 진보신당 대구시당은 성명에서 “대구시가 정치권에 기대 취수원 이전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며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검증과 토론의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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