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명 주주 참여…청약초과 열띤 반응
“생산은 농민·유통은 전문가가…분업실험”
“생산은 농민·유통은 전문가가…분업실험”
1400여명의 농민들이 주인인 농산물 유통회사가 문을 연다.
24일 오전 충북 보은군청에서 이 지역 농민들은 농산물 유통회사인 ㈜속리산유통의 창립총회를 연다. 이 회사에는 이 지역 농민 1만5천여명의 10%인 농민 1405명이 16억9220만원을 출자했고, 보은군청(7억5천만원), 농협·축협(3억8천만원), 지역 기업 한화(1억원)와 농민이 아닌 시민 184명도 소액 주주로 참여했다.
이 회사 설립을 위해 농민들과 군청은 지난달 19~25일 30억원을 목표로 공모했는데, 1681명이 32억4620만원을 청약하는 바람에 초과분 2억4620만원은 돌려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구기회 보은군 기획감사실 팀장은 “폭발적 참여와 기대에 놀랐다”며 “지역의 6100여 농가 1만5천여명의 농민은 생산에만 힘을 쏟고, 유통은 전문가가 맡는 분업을 실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영은 공모로 뽑은 전문경영인 김기현(49)씨가 맡는다. 김씨는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 농업 시이오 과정(한국농업대학 주관)을 마쳤으며, 한 제과회사에서 20여년을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김씨는 “잘 지은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농민은 즐겁고 식탁은 행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생산·소비 조직을 안정적으로 꾸리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통회사는 군청과 협의해 품목·생산량 조절, 품질 관리 등에도 나설 참이다.
농민 박노영(62·보은읍 삼산리)씨는 “잘 익은 농산물이 논밭에 그대로 서 있는 것을 보면 속이 타고 울화가 치밀었다”며 “이제는 판로 걱정을 덜고 농사 한번 제대로 지어볼 생각”이라고 웃었다.
유진채 충북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전문 유통 기관은 농산물의 수집과 분산 기능뿐 아니라 농산물 가공과 정보 유통을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까지 높이는 구실을 할 수 있다”며 “유통·마케팅이 열악한 농촌 현실에서는 획기적인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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