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산업 대표 신승준(49)씨
원청에 납품취소 항의했더니 ‘계약해지 통보’
공정위, 민원에도 ‘먹통’
공정위, 민원에도 ‘먹통’
“원청업체의 횡포가 이렇게 심한 줄 몰랐습니다.”
경북 구미의 중소기업인 신진산업 대표 신승준(49·사진)씨는 24일 15년 넘게 경영해 온 회사의 문을 닫았다. 신씨는 휴대폰을 만드는 구미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인 ㅇ사에 납품을 하는 2차 하청업체 대표다. 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거래해 왔으며, 구미에는 이렇게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1, 2, 3차 하청업체가 모두 600여 곳이 넘는다.
신씨는 원청업체인 ㅇ사에서 19일 휴대폰 케이스를 찍어 내는 금형 판을 반납하라는 통보를 받고 회사를 접었다. 금형 판 반납 통보는 앞으로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이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건을 납품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던 중 며칠 만에 갑자기 납품 취소 통보가 왔다. 삼성전자가 계획했던 휴대폰 모델의 생산이 갑자기 취소된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었다.
주문을 받고 만들던 부품 2만7천여 개를 휴지 조각처럼 버렸다. 작업을 준비하던 부품 10만여 개도 쓸 수 없게 돼 적어도 1천만원의 피해를 봤다. 종업원 10명에 연매출액 4억원 남짓한 작은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하지만 원청인 ㅇ사는 보상은 커녕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회사와 6년 넘게 거래하면서 이런 일을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업체가 떠맡았다.
화가 난 신씨는 원청업체 실무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어느 기업이든지, 원청과 하청은 갑과 을의 주종관계이기는 하지만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기세로 대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계약 해지였다. 그는 “구미에서 하청업체를 경영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인터넷으로 민원을 접수했지만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사실을 보다 못한 구미기독교청년회가 나서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즉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삼성전자에도 하청업체인 ㅇ사를 상대로 조사를 해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동식 구미기독교청년회 사무총장은 “경제위기로 기업끼리 상생하기 위해 협력이 절실한데도 아직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아 매우 놀랐다”며 “비윤리적인 기업문화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ㅇ사 관계자는 “납품을 하지 말도록 강요한 적은 없으며, 신 대표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해 회사 문을 닫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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